류시화 지음/더숲·1만5000원 류시화(사진)는 하나의 장르다. 그는 시인이자 번역가이며 빼어난 산문가이기도 한데, 시집이든 번역서든 산문집이든 그의 이름이 들어간 책들은 남들과 뚜렷이 구분되는 공통적 특징을 지닌다. 명상과 영성으로 요약할 수 있는 세계관이 그것이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이후 2년 만에 나온 신작 산문집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에도 그런 특징은 뚜렷하다. “모든 상처에는 목적이 있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가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우리를 치료하는지도 모른다. 상처는 우리가 자신의 어떤 부분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정확히 알려준다. 돌아보면 내가 상처라고 여긴 것은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과 다르지 않았다. (…) 축복을 셀 때 상처를 빼고 세지 말아야 한다.” 상처가 부정적·파괴적인 작용(만)이 아니라 긍정적이며 생산적인 구실을 한다는 생각은 솔깃하게 들린다. “삶의 여정에서 막힌 길은 하나의 계시이다”라는 주장도 마찬가지. “삶이 때로 우리의 계획과는 다른 길로 우리를 데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길이 우리 가슴이 원하는 길”이라고 류시화는 단언한다. 쉽사리 믿기 힘들지만 적어도, 류시화 자신을 포함해, 이 책에 소개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