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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꼬마 옥이’ 낳고 ‘몽실언니’ 키운 창비아동문고…300번째 이야기엔 누가 살고 있을까

등록 2019-03-12 03:00수정 2019-03-12 09:26

1977년 이원수 동화로 시작
좋은글 모아보겠단 계획 현실로
1977년 발행된 창비아동문고 1~3권 표지.
1977년 발행된 창비아동문고 1~3권 표지.
‘개구리 울던 마을’ ‘몽실언니’ 등
계급갈등 조장 등 이유로 수난

현덕·윤복진 등 월북 작가 발굴

“아동민족문학사 복원 기여” 평가

독재의 어둠이 언제 걷힐지 가늠하기 어려운 시절에도 ‘새싹’은 희망이었다. 1977년 새해, <창비>의 발행인 백낙청은 “조그마한 새 길이나마 열어보겠다”며 ‘창비아동문고’의 시작을 알렸다. “여러분들이 사랑하는 아들·딸·동생들에게 마음 놓고 권할 수 있고 큰 부담 없이 사줄 수 있으며 어른들 스스로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 장차 나라 안팎의 좋은 글들을 많이 모아볼 계획입니다.”

창비아동문고의 대표작 <몽실언니>
창비아동문고의 대표작 <몽실언니>
그의 바람은 이뤄졌다. <꼬마 옥이>(이원수), <못나도 울 엄마>(이주홍), <사슴과 사냥개>(마해송) 세쌍둥이로 시작한 창비아동문고가 300째를 낳는 경사를 맞았다. 42년 동안 창비아동문고의 성장은 눈부셨다. 출범 10년 만인 1987년 통권 100권을, 2002년 200권을 돌파했으며, 권정생의 <몽실 언니>는 1984년 초판 발행 이후 28년 만에 100만부 판매를 기록했다(편집자들은 이 책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지금도 아동문학 투고 이메일 주소를 몽실(mongsil)로 쓰고 있다). 이듬해인 2013년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2001)은 국내 어린이책으로선 처음으로 200만부를 넘어섰다. 창비아동문고의 유병록 편집자는 “1996년까지는 기존의 대표적인 아동문학 작품과 외국의 고전 명작 번역사, 전래 동화 등이 중심이었다면, 이후엔 동시집, 인물 이야기, 교양서 등이 창비아동문고 외 다른 시리즈로 출간되면서 창비아동문고는 초등 고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작품들로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시련도 있었다. 이오덕 동시집 <개구리 울던 마을>(1985)은 ‘계층 갈등을 부추기는 민중론’이 담겨 있다는 이유로 학교 도서관의 소장 목록에서 배제됐고, <몽실 언니>는 인민군에게 우호적인 표현이 있다며 출판이 금지되기도 했다.

200만부 돌파를 기록한 <괭이부리말 아이들> 표지.
200만부 돌파를 기록한 <괭이부리말 아이들> 표지.
외국인 노동자 인권·가출 소년 등
시대 맥락 짚으려는 지향점 이어
작가 20명 참여한 300·301권엔
한반도 평화와 동물 복지 이야기

1990년대부터 창비아동문고 기획에 관여한 원종찬 인하대 교수(한국어문학과)는 가장 기억나는 책으로 현덕·윤복진 등 북으로 간 작가들을 발굴한 것을 첫손에 꼽았다. “분단으로 끊겨 있던 아동민족문학사 복원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소꿉놀이를 소재로 한 현덕의 <너하고 안 놀아>(1995)는 꾸준히 사랑받으며 창비아동문고 베스트셀러 9위(10만여부 판매)에 올라 있다. 원 교수는 또한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의 성장과 함께 어린이 문학이 새로운 장으로 들어서는 데 1996년 시작한 ‘좋은 어린이책’ 공모 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짚었다. 특히 제1회 수상자인 채인선의 작품(<전봇대 아저씨>)과 관련해 “기존 동화와 달리 ‘아파트에 사는 평균적인 도시의 아이들’을 등장시켰고 판타지적 요소를 구사하는 첫발을 떼었다”고 설명했다. 유병록 편집자는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문제를 다룬 동화집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김중미 등), 가출 소년이 광주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여행하는 <불량한 자전거 여행>(글 김남중·그림 허태준)도 “편집자들이 각별히 여기는 대표작들”로 꼽았다.

시대의 맥락을 놓치지 않으려는 창비아동문고의 지향은 작가 20명의 작품으로 구성된 ‘300권 출간 기념’ 동화집 2권에서도 잘 드러난다. 평화를 주제로 한 <우리 함께 웃으며>(300번)와 동물복지를 다룬 <우리 여기에 있어!>(301번). 다리에 의족을 한 남한 소년이 게임을 통해 만난 북쪽 소녀에게 해남의 조약돌을 선물하는 ‘우리는 땅끝으로 간다’(강정규) 등은 한반도의 화해에 대한 간절함이 묻어나고, ‘방목 돼지’와 ‘식용 돼지’의 만남을 다룬 ‘탈출 돼지와 덤’(안미란)은 다른 생명체와의 공존을 성찰하게 만든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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