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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국영화의 새 전통은 현재진행형

등록 2019-03-15 06:00수정 2019-03-15 20:05

순응과 전복
김영진 지음/을유문화사·1만8000원

70년대 이후 싸구려 소비재에 머물던 한국 영화가 90년대 중반 예술작품으로, 질 높은 오락거리로 격상된 데는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걸출한 감독들이 쏟아져 데뷔함과 함께 밝은 눈으로 작품들을 주목한 비평의 공도 적지 않다. 당시 영화 잡지 <씨네21> <필름 2.0> 등에서 활동한 김영진 영화평론가(명지대 교수)도 한국영화 담론을 주도한 평론가 중 하나다. 그가 오랜만에 내놓은 이 평론집은 2000년대 이후 비약적으로 시장의 크기가 늘어나면서 역으로 비평의 지분은 형편없이 줄어든 요즘 드물게 만나는 본격 영화평론이라 반갑다.

“한국 영화감독의 대다수는 ‘아비 없는 자식들’이다. 그들은 과거 한국 영화의 장르전통을 의식하지 않고 영화를 만든다.” 그가 언급하는 위의 감독들은 한국 영화의 전통보다는 할리우드의 세례를 받으며 영화를 익혔다. 그런데 할리우드의 공식에 순응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장르 관습과 일탈을 넘나들며 작가적 서명을 남겼고, 이게 현대 한국 영화의 역동성을 이끌었다는 게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예를 들어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은 복수극에 걸맞은 장르적 스펙터클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후련한 복수의 결말이 아니라 “가족의 파멸이라는 금기시된 소재”로 불편한 도발을 하거나, “복수를 통한 구원이 가능한가를 이상한 방식으로 묻는다.” 저자는 영화산업이 점점 촘촘한 관리체계를 갖추면서 창작자들의 위반 시도가 드물어지는 것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장르적 쾌감과 예술적 야심을 두 손에 움켜잡은 감독들로 인한 “신전통은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희망을 본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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