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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작은 마을이 이끈 에너지 민주주의

등록 2019-03-15 06:00수정 2019-03-15 20:02

쇠나우 마을 발전소
다구치 리호 글, 김송이 옮김/상추쌈·1만5000원

독일 남부에 자리한 도시 쇠나우. 인구 2500명의 작은 마을에는 햇빛발전장치를 얹지 않은 지붕을 찾아보기 어렵다. 마을과 가까운 ‘검은 숲’ 바람농장에서는 풍차 5기가 돌며 1만5000가구에 공급할 전력을 만든다. 쇠나우에 자리한 사회적 기업 ‘쇠나우전력회사’는 20만이 넘는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독일 전역에 자리한 생태시민 발전소 2700곳에 전력 매입, 기술 관리 등을 지원한다.

정치권과 거대 전력 회사, 원자력 발전의 위험에 맞서 싸운 쇠나우 시민들의 30여년 이야기가 <쇠나우 마을 발전소>에 담겼다. 재독 언론인인 저자는 2011년 3·11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고국 일본에 전달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 마을인 쇠나우의 이야기를 책으로 정리했다.

쇠나우가 친환경 에너지에 주목하기 시작한 계기는 1986년 4월 소련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였다. 방사능 위협에 불안해하던 쇠나우 시민들 10여명은 “핵발전을 멈추고 재생에너지로만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뜻을 모은 뒤 ‘핵 없는 미래를 위한 부모들’이라는 이름의 단체를 꾸렸다. 시민들은 원자력·화력 등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거대 기업이 전력을 독점하는 것이 정당한지를 묻는 주민투표를 두 차례 실시해 이겼고, 이후 전력회사를 설립해 태양열·풍력으로 생산한 친환경 전력 공급을 시작했다. 조합원 수 1700명으로 시작한 쇠나우 전력회사는 20년 뒤 16만250명의 조합원을 확보한 독일의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났다. 쇠나우 전력회사는 원자력·화력 발전을 소유하는 회사의 발전 시설에서 나온 전력은 전혀 사들이지 않고, 마을에 100% 기후 친화적 재생에너지만을 공급하며, 수익을 재생에너지 시설을 늘리기 위해 투자한다.

지은이는 친환경 에너지에 쏟은 쇠나우 시민들의 노력이 독일 정부의 탈핵 선언으로까지 이어졌다고 강조한다. 독일은 3·11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2022년까지 탈핵을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쇠나우 전력회사 설립을 주도하면서 2011년 골드만 환경상을 받은 활동가 우르슐라 슬라데크는 이렇게 말한다. “일본이 탈핵으로 나아가는지 어떤지 많은 나라들이 지켜보고 있어요. 일본이 결단하면 다른 나라들도 따라갈 겁니다.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사고를 적어도 미래를 변화시키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슬라데크의 조언은 지은이가 후쿠시마 참사를 겪은 고국에 건네는 절실한 당부이기도하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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