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비채·1만1500원 어려서부터 엄마 손을 붙잡고 대중목욕탕을 드나들었던 딸들이라면 아마 공감할 것이다. 두어 시간 때를 밀면서 은근슬쩍 엿보는 엄마의 ‘은밀한’ 사회생활은 기묘하면서도 참 재미있다는 것. “아이구 오랜만에 오셨네요~”, “먼저 씻고 가요~” 엄마는 이름도 모르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안부를 묻고, 옆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럽게 ‘서로 등밀어주기’를 신청한다. ‘건조한 피부엔 알로에가 좋은가, 요거트가 좋은가?’, ‘누구네 집 남편은 뭐가 문제인가?’ 수증기 사이로 시시콜콜한 수다가 오가는 여탕은 그야말로 동네 교류의 장이다. ‘남자들이 없는 그 곳에서 여자들은 뭘 할까?’ 어려서부터 대중목욕탕을 드나들었던 작가의 경험이 짧은 에세이와 만화로 묶였다. 일본에선 목욕이 몸을 깨끗하게 할 뿐만 아니라 속세의 더러움도 씻어낸다고 여기는 인식이 있어, 대중목욕탕 문화도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어린 아이들에게 대중목욕탕은 사회생활을 체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옆에 앉았으니 안부 정도는 물어도 되겠네’, ‘지난번엔 그냥 갔으니 오늘은 모처럼 등 좀 밀어줘볼까?’ 저자는 타이밍을 고려하는 어른들의 대화를 ‘서로 부담주지 않는 절묘한 거리 유지법’으로 칭한다. 출구에서는 꼭 발목에 찬물을 뿌린다거나, 수건을 꼭 짜서 입에 무는 등 사람들의 습관을 관찰하면서 ‘모두의 양해가 수증기처럼 몽개몽개 떠다니는’ 여탕의 관대함을 배운다. 목욕을 마친 뒤 마셨던 흰 우유의 개운함을 기억한다면, 냉탕에서 찬물을 튀기며 놀다 엄마한테 혼난 경험이 있다면 저자의 이야기에 ‘무한 공감’이다. 한국과는 다른 일본의 대중목욕탕 문화를 비교해보는 재미는 덤이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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