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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날개 달린 인간, 익인들의 분노와 사랑

등록 2019-03-22 06:00수정 2019-03-22 20:01

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창비·1만4800원

구병모(사진)의 등단작이자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위저드 베이커리>(2009)는 판타지와 호러 등 장르적 요소를 적극 활용한 ‘영어덜트’(Young Adult) 소설이었다. 구병모는 그 뒤 2015년 오늘의작가상 수상작인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을 비롯해 장편 <네 이웃의 식탁> 등에서도 청소년물의 틀을 뛰어넘는 작가적 역량을 보여준 바 있다. 그의 신작 <버드 스트라이크>는 청소년 대상 판타지물이라는 점에서 10년 전 등단작을 떠오르게 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들의 세계는 드넓은 사막을 사이에 두고 고원 지대와 도시로 나뉘어 있다. 도시의 구성원은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고원 지대에는 날개를 지니고 비행 능력이 있는 익인(翼人)들이 산다. 도시의 사람들은 무역을 빌미로 별 쓸모도 없는 합성수지 제품을 건네고 대신 고원 지대의 특산품들을 거두어간다. 게다가 도시의 어떤 세력은 익인들의 날개와 비행 능력을 무기화하고자 그 주검을 탈취하고 살아 있는 익인을 납치해 생체 실험까지 자행한다.

소설이 시작되면 도시의 청사에 붙잡혀 있던 익인 비오가 도시 소녀 루를 인질로 삼아 청사 밖으로 탈출해 루를 데리고 고원 지대로 간다. 비오는 동료들과 함께 도시의 거듭된 횡포에 분개해 시 청사 건물을 습격했다가 체포되었던 것. 비록 인질범과 인질의 관계로 처음 만났지만, 비오와 루는 소설의 주인공으로서 고원 지대와 도시 사이 갈등과 적대의 역사를 극복하고 새롭고 긍정적인 관계를 열어갈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것은 두 사람이 각자의 공동체에서 별종이자 방외인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다른 익인들에 비해 절반 크기에 불과한 비오의 날개에는 고원 지대와 도시 사이 관계의 비밀이 숨어 있다.

익인들의 자족적이고 평화로우며 성숙한 문화는 도시의 탐욕스럽고 폭력적인 행태와 극명하게 대립된다. 도시의 오랜 착취와 기만에 맞서 익인들이 마침내 무력에 의지한 행동에 나서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적대와 배타가 아니라 희생과 배려에 해법이 있음을 주인공들과 독자는 깨닫게 된다. 비오와 루의, 경계를 넘어선 사랑은 이 젊은이들의 성장을 추동하며 동시에 두 세계의 갈등을 해소하는 촉매제로 구실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서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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