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모시페그 데뷔작 ‘아일린’
펜헤밍웨이상 받고 맨부커상 후보에도
혐오스럽지만 사랑스러운 매력 듬뿍
펜헤밍웨이상 받고 맨부커상 후보에도
혐오스럽지만 사랑스러운 매력 듬뿍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문학동네·1만4500원 오테사 모시페그(38)는 2015년에 발표한 첫 장편 <아일린>으로 펜/헤밍웨이상을 받고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10년 주기로 발표되는 <그랜타> 미국 최고의 젊은 작가에 선정(2017년)되는 등 미국 문단의 차세대 주자로 꼽힌다. 그의 출세작인 <아일린>은 1964년 12월 미국 보스턴 외곽 작은 도시 엑스(X)빌에 사는 스물네 살 여성 아일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인공의 이름을 책 제목으로 삼은 데에서 짐작되듯, 이 소설은 인물의 강렬한 개성에 크게 의지하는 작품이다. 어머니가 죽은 뒤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아일린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비사교적이고 심각한 불행감과 분노, 자기혐오와 망상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거의 모든 것을 혐오했다. 항상 너무나 불행하고 화가 났다. 나 자신을 통제하려고도 해봤지만, 그러면 더 어색해지고 더 불행해지고 더 화가 났다.” 경찰관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아버지는 술병을 옆에 끼고 살며 환상 속의 적들과 대치 중이고, 아일린 자신은 제대로 씻지도 않으며 몇 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옷을 입고 다닌다. “참을 수 있는 한계까지 나 자신의 더러움을 견디는 게 좋았다.” 딸을 술 심부름꾼으로나 부려먹는 아버지는 “얼굴이 그 모양인데 누가 널 건드리겠냐?” “너한테 끔찍한 냄새가 난다”라는 말을 예사로 던지고, 딸은 그 아버지가 사고로 죽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견딘다. 대학을 중퇴하고 민간 청소년 교정시설 하급 직원으로 일하는 아일린은 평생 연인은커녕 친구라고 할 만한 이도 없었을 정도로 괴팍한 외톨이. 직장의 남자 동료 랜디를 짝사랑하며 스토킹하거나 가게에서 초콜릿과 스타킹 따위 작은 물건을 훔치는 것이 그의 드문 즐거움이다. “물건을 훔칠 때면 천하무적이 된 것만 같았다. 세상을 벌주고 내게 보상을 함으로써 한 번이나마 만사를 바로잡은 양, 정의가 실현된 양 느꼈다.” 그런 그의 앞에 하버드 대학원 출신인 미모의 여성 리베카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크게 방향을 튼다. 교정시설 교육국장으로 부임한 리베카는 아일린이 보기에 “세상에서 가장 빛나고 가장 우아하고 가장 매력적인 여자”, “매우 총명하고 아름다웠고, 내가 나 자신을 두고 품었던 모든 환상이 구체화한 모습”이었는데, 그가 뜻밖에도 아일린에게 친구처럼 곁을 주며 접근해온 것. 리베카의 출현은 랜디를 향한 짝사랑과 스토킹마저 그만두게 할 정도로 강렬해서, 아일린은 레즈비언이 아님에도 “리베카와 사랑에 빠졌”노라고 토로한다.
2016년 10월2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맨부커상 시상식에 나온 맨부커상 최종 후보 오테사 모시페그.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문학동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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