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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서울에서 낭만을 이야기하는 법

등록 2019-03-29 06:01수정 2019-03-29 19:47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
김도훈 지음/웨일북·1만4000원

이 ‘엑스(X)세대 아저씨’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들이랑은 좀 다르다.

어디든 떠날 수 있도록 모든 가구가 옵션인 오피스텔에 살다, 우연히 길냥이를 입양한 뒤엔 고양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넓은 아파트로 이사한다. 냉장고에 가득 들여놓은 에비앙 생수를 거리낌없이 고양이 물접시에 따른다. 홍대를 걷다 스트리트 패션 잡지의 촬영 제안을 거절한 뒤, 쇼윈도를 바라보고 씨익 웃으며 이렇게 생각한다. ‘나이보다 여섯 살은 어려 보이네.’

<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인 저자의 17년 서울살이 에세이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책은 저자의 표현대로 “괜찮음과 안 괜찮음 사이에서, 품격과 허영 사이에서, 쓸모와 쓸모없음 사이에서, 옮음과 현실 사이에서 갈지자걸음을 걸으며 신경질적인 도시를 견뎌낸 기록”이다.

무엇이든 완벽하게 반대하는 것은 편협하다는 저자의 태도는 글에서도 갈지자걸음으로 나타난다. 모피는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참는 것이고, 마크 제이콥스의 에코백을 들고다니며 ‘럭셔리 패션’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외친다. 자칫 고깝게 보일 수도 있는 이 ‘어른’의 허영과 자아도취가 마냥 고깝지만은 않는 이유는 철저한 성찰이 담긴 이 한 문장 때문이다. ‘솔리드가 컴백했어도 그게 우리(엑스세대)를 젊고 힙한 오빠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신경질적인 도시를 사랑하며 사는 법은 결국 책의 제목처럼 ‘한 줌의 낭만을 이야기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건 아프거나, 퇴사하거나, 하고 싶은 일이 없어도 ‘다 괜찮다’는 식의 얕은 위로보다 솔직하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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