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버라 립스카·일레인 맥아들 지음, 정지인 옮김/심심·1만6800원 시체안치소에서 수집한 뇌를 편(片)으로 썰고 수많은 쥐 실험을 하면서 30여년간 정신질환을 연구한 뇌과학자. 뇌 은행(또는 도서관)이랄 수 있는 미국 국립정신보건원 인간두뇌수집원의 총책임자. 하지만 아무리 전문가라도 어쩔 수 없었다. 64살을 맞은 2015년 어느 날 지은이 바버라 립스카에게 찾아온 뇌종양은 그를 정신질환의 암흑세계로 떠밀었다. 정신질환의 기능 문제가 생기는 주요 위치는 전전두피질 및 전전두피질과 다른 뇌 영역들 간의 연결망이라는 게 지금까지 연구 결과다. 전두피질을 포함해 립스카의 뇌 전반에 전이된 흑색종은 감정과잉, 수리장애, 과다경계상태, 유사치매, 망상과 환각 등 정신질환과 유사한 증상을 안긴다. 집을 찾지 못해 길을 헤매고, 심하게 화를 내고, 누군가 피자에 플라스틱 조각을 넣었다며 분노한다. 64년 동안 그가 쌓아온 ‘인간다움’이 뿌리째 흔들리자 의사인 딸조차 울부짖는다. “진짜 우리 엄마 맞아요?” 면역치료, 표적치료, 사이버나이프 등 첨단 의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영혼의 하데스’에서 놓여나지만 발진과 출혈 등 부작용에 시달리고 왼쪽 시력도 잃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치료와 운동에 집중하며 ‘기능과 쓸모를 유지하는 생존자’로 남는다. 2019년 3월 현재 인간두뇌수집원 누리집에 ‘디렉터’로 나와 있는 환한 얼굴을 보면, “뇌의 풍경을 여행하는 값진 기회를 얻었다”고 말하는 그의 존재 자체가 진정한 ‘과학적 위로’임을 깨닫게 된다. 그는 투병 와중에도 끊임없이 증상을 기록했고, 언론인 일레인 맥아들의 도움을 받아 이 책을 엮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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