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바이어스 울프 소설 ‘올드 스쿨’
“혈연과 계급에서 탈출할 기회, 문학”
스탠퍼드대 제자 타블로가 추천사 써
“혈연과 계급에서 탈출할 기회, 문학”
스탠퍼드대 제자 타블로가 추천사 써
토바이어스 울프 지음, 강동혁 옮김/문학동네·1만5000원 토바이어스 울프(74)의 2003년작 소설 <올드 스쿨>은 미국의 어느 명문 사립 남학교를 무대로 삼는다. 돈 많고 권세 있는 집안의 자제들이 모인 이곳은 유난히도 문학적 전통과 분위기가 승한 학교다. “학교는 (…) 특히 글쟁이들을 아꼈”고 “이곳이 문학적 공간이라는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소설은 이 학교의 졸업반 학생 ‘나’의 시점으로 서술되는데, ‘나’는 사실 유대인 핏줄을 받은데다 권력도 경제력도 변변치 않은 집안 출신. 그는 자신의 그런 계급적 배경을 감추고 친구들과 어울린다. “계급은 실재했다. 한 소년의 계급은 입은 옷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그 옷을 입는 방식, 여름방학을 보내는 방식, 할 줄 아는 스포츠의 종류, 돈 이야기가 나올 때나 야심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날 때 보이는 냉담한 태도를 통해 드러났다.” 앞서 말했듯 이 학교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문학적 열기. 학교는 일 년에 세 번 유명 작가들을 초청해 강연 등의 행사를 치르고, 그때마다 학생들이 제출한 시나 소설 가운데 ‘우승작’을 뽑아 해당 학생과 작가가 개인면담을 할 기회를 주었다. 그러다 보니 너도나도 습작을 하고 작가를 꿈꾸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내가 그랬듯 다른 소년들도 작가가 된다는 건 혈연과 계급의 문제에서 탈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작가들은 일상의 위계 서열 바깥에서 그들만의 사회를 이루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그들은 특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권력을 얻었다. 체제와는 한 발 거리를 둔 채 그 체제에 대한 이미지를 창조해내고, 그럼으로써 체제를 재단할 권력.” 다소 낭만적이고 과장돼 보이는 이런 생각은 소설 배경이 1960대 초이어서일까, 아니면 아직 순수한 청소년의 관점이 반영되어서일까. 어쨌든 ‘나’를 비롯한 친구들은 가깝게는 초청 작가와 개인면담 기회를 얻고자, 멀게는 장차 미국 문단의 중심으로 진입하고자 습작에 열중하며 서로를 견제하기도 한다.
<올드 스쿨>의 미국 작가 토바이어스 울프.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문학동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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