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혜 지음/한겨레출판·1만4800원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시끄러울 때 그 소리를 잠재우기 좋은 산책로다. 너무 길지도 않고, 너무 외지지도 않으며, 언제든 꺾어 돌아갈 수 있는. 조명 자체가 적당히 낮은 조도를 유지한 밤의 기온(교토의 옛 번화가) 뒷골목을 걷다 보면, 정말 달밤에 단추를 줍는 기분이 든다. 단추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나 자신에 대한 애틋함을 느끼는 것은 이런 밤의 시간에나 허용될 뿐이다.” 책과 영화에 관한 글을 주로 써온 이다혜 작가가 첫 여행 에세이를 냈다. 왜 교토일까. “가산탕진을 부추긴 도시 1호 서울, 2호는 교토”로 “처음에는 걷기 위해, 그다음에는 쇼핑을 하러, 또 그다음에는 계절을 즐기기 위해” 교토에 드나들었다. 작가는 교토의 끈적하고 뜨거운 여름도, 으슬으슬 습한 겨울도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그가 화사한 주인공 같은 벚꽃 절정의 낮을 건너뛰고 기꺼이 밤의 산책자가 되려고 하는 건 바삐 걷는 여행자들이 스쳐 지나가는 교토의 옆모습과 뒷모습에 더 반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하이쿠와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일본 소설, 그리고 정지용의 시까지 넘나들며 글 자체로 풍성하고 아름다운 문장의 에세이 맛이 이 책의 첫 번째 즐거움이라면 두 번째 재미는 여행 안내서로도 손색없는 풍부한 정보들이다. 교토의 비밀정원이나 산골 마을 오하라의 세 갈래 산책길, 개화 시기를 못 맞춘 여행자들을 위한 대안 장소 등 일반 여행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산책 명소들과 함께 지은이의 취향이 담뿍 담긴 소품 가게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이 알차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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