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부르디외·로제 샤르티에 지음, 이상길·배세진 옮김/킹콩북·1만3000원 “푸코와 제가 완전히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그 중 하나는 이른바 ‘총체적 지식인’의 형상을 거부한 데 있습니다. 이는 예언자 역할을 수행하는 위대한 지식인의 형상으로, 그 누구보다도 사르트르가 탁월하게 구현한 바 있습니다. (…) 우리 세대는 그(사르트르)를 닮는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말로의 표현을 패러디하자면, 우리는 절대의 화폐를 발행할 생각이 없습니다. 달리 말해 더 이상 모든 것에 답할 수 없다는 뜻이죠.” 1988년 2월의 첫날, 프랑스 공영 라디오 채널 ‘프랑스퀼튀르’에선 현대 사회학의 거장 피에르 부르디외와 역사학자 로제 샤르티에가 벌이는 대담이 전파를 탔다. <구별짓기> 등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58살 부르디외와 아날학파 4세대로 문화사의 권위자로 발돋움할 43살인 샤르티에의 대담은 서로 공명하면서도 그 이면에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5일간 방송된 이 대담은 사회학자의 직능, 환상과 인식, 구조와 개인, 하비투스와 장, 예술가와 예술 등 부르디외가 천착해온 다섯 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2002년 부르디외 사후 8년 만인 2010년 이 대담을 묶은 <사회학자와 역사학자>가 프랑스에서 출간됐고, 최근 국내에 번역됐다. “지식인은 정말로 오랫동안 피지배 대중에게 어떤 담론을 부과하는 역할을 자임했습니다. (…) 이제는 지식인의 역할이 피지배 대중에게 지배 메커니즘을 스스로 분석할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하는 일이 됩니다.”(샤르티에) “모든 사회계층 가운데 자유라는 환상에 특히 경도된 집단이 있습니다. 지식인들 말입니다.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이런 사회학적 역설을 폭로한다는 점에서 아마도 제 작업이 지식인들의 신경에 거슬리지 않을까 합니다.”(부르디외)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