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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운명 타고난 ‘인물’ 오래 기억하도록 하고파 썼다”

등록 2019-04-08 18:48수정 2019-04-08 19:58

소설 ‘총구에 핀 꽃’ 내 이대환 작가
한국전 입양고아 미군 김진수 ‘실화’
월남전중 망명 소련 거쳐 스웨덴으로
이대환 작가의 신작 ‘총구에 핀 꽃’은 2014년 <한겨레21>에도 소개됐던 실존 인물 ‘김진수’가 모델이다. 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이대환 작가의 신작 ‘총구에 핀 꽃’은 2014년 <한겨레21>에도 소개됐던 실존 인물 ‘김진수’가 모델이다. 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1967년 4월 초, 일본 주재 쿠바대사관에 한국계 미군 탈영병 김진수(미국 이름 케네스 그릭스)가 망명을 신청했다. 6·25 전쟁 중에 부모를 잃고 미군에 입양되었다가 그 자신 미군이 되어 베트남에 파병되었던 그는 휴가를 맞아 일본에 왔다가 탈영했으며 그뒤 쿠바대사관과 ‘베헤이렌’(베트남에 평화를! 시민연합) 활동가들의 집에 머물다가 소련을 거쳐 스웨덴으로 간 인물이다. <한겨레21> 1010호(2014년 5월12일 발행)에 ‘망명객 혹은 ‘홈리스’ 김진수’라는 제목으로 추적 기사가 실리기도 한 이 사건을 소재로 삼은 소설이 나왔다. <붉은 고래>의 작가 이대환(사진)이 쓴 <총구에 핀 꽃>(아시아)이 그것이다.

“제가 이 얘기를 처음 들은 것은 2003년인가 2004년, 포항에 온 일본 작가 오다 마코토 선생에게서였습니다. 오다 선생 자신이 베헤이렌 활동을 주도적으로 하면서 김진수의 망명을 도우셨다고 했어요. 그뒤 김진수라는 인물은 오래 만나지 못한 연인이나 친구처럼 제 가슴에 간직돼 있다가 이렇게 소설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8일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대환은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들어야 할 인생이 있다”며 “손진호로 다시 태어난 김진수를 글자 속에 오래도록 기억되게 하고자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소설 ‘총구에 핀 꽃’ 표지.
소설 ‘총구에 핀 꽃’ 표지.
<총구에 핀 꽃>에서 주인공 손진호는 포항의 고아원 송정원에서 성장해 미국으로 입양된 뒤 미군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가 일본 주재 쿠바대사관을 통해 망명한다. 김진수와 마찬가지로 소련을 거쳐 스웨덴에 정착한 손진호는 아들 기정과 함께 일본과 한국 내 자신의 발자취를 답사하며 지난 삶을 돌이켜본다.

“김진수는 전쟁의 운명을 타고난 인물입니다. 6·25 전쟁으로 부모를 잃었고 베트남전에 참전해 전쟁의 본질과 마주하게 되죠. 이 전쟁의 운명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가 그에게는 중요했고 그 방법이 망명이었죠. 그렇다고 해서 그가 소련으로 대표되는 공산주의 이념을 택한 것은 아닙니다. 오다 선생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만났던 1988년 그는 스위스에서 문구점을 하며 살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뒤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는데, 저는 그가 스웨덴의 조선소 도시 말뫼에서 작은 가게를 하며 평화롭게 살고 있는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이대환은 “아직 칠십대 중반인 김진수가 어딘가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그를 만나면 이 책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총구에 핀 꽃>은 출판사 아시아가 내고 있는 ‘아시아 문학선’에 한국 소설로는 처음 포함되었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 자문위원인 문학평론가 정은경 중앙대 교수는 “이 소설은 실존 인물 김진수의 이야기이자 전쟁이라는 세계사적 흐름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최인훈 소설 <광장>의 세계사적 버전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책 뒤에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이경재 숭실대 교수도 “한국의 베트남전쟁 소설은 초기에는 참전자들의 단말마적 비명에 가까운 형태였다가, 베트남전의 맥락과 한국군의 정체성을 탐색하며 가해자로서 자신을 돌아보는 방식을 거쳐, 대규모 전쟁을 낳은 국민국가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갔다”며 “<총구에 핀 꽃>에서 평화의 이상향과도 같은 송정원을 만든 프랑스 신부가 시종 익명으로 처리된다는 사실은 그런 국민국가 체제에 대한 비판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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