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문학론집 ‘대지의 상상력’
블레이크, 디킨스, 파농, 이시무레 등
근대에 맞서 생명 옹호한 작가들 다뤄
블레이크, 디킨스, 파농, 이시무레 등
근대에 맞서 생명 옹호한 작가들 다뤄
김종철 지음/녹색평론사·2만원 “우리가 이처럼 문학을 진지하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는 걸, 온 몸과 마음을 바쳐 역사적 실천행위로서 진지하게 문학을 했던 때가 있었다는 걸 사람들이 기억했으면 합니다. 특히 젊은 평론가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싶은데, 과연 그럴지 모르겠어요. 비평의 언어가 살아 있어야 문학 창작이나 다른 예술도 활기를 띨 텐데요.” 문학론집 <대지의 상상력>을 낸 김종철 전 영남대 교수를 10일 오후 만났다. 격월간 생태 전문지 <녹색평론> 발행인이자 영문학자인 그의 전공이라 할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와 소설가 찰스 디킨스, 평론가 매슈 아놀드와 F. R. 리비스 같은 영국 문인들, 프랑스 작가 프란츠 파농과 미국 소설가 리처드 라이트 같은 흑인 작가, 그리고 미나마타 사건을 소설로 쓴 일본 작가 이시무레 미치코 등 외국 작가들을 다룬 책이다. 김 전 교수는 <시와 역사적 상상력>(1978)과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1999) 같은 평론집을 낸 평론가이지만, 이제 그는 ‘전직 평론가’를 자처한다. 그가 문학에 대한 희망을 접고 생태주의 매체 발행과 그에 관련된 활동으로 방향을 선회한 사정은 일본 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의 책 <문학의 종언>에 소개되는 바람에 새삼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오랜만에 묶는 문학론집에 한국 시·소설에 관한 평론은 전무하고 외국 작가와 작품에 관한 글들을, 그것도 벌써 오래 전에 발표했던 글들을 묶게 된 까닭이다. “적어도 80년대까지만 해도 문학은 우리 정신의 보고였습니다. 문학을 통해 감수성을 훈련하고 윤리 교육을 받았으며 사상적으로 무장할 수 있었죠. 이 책에서 다룬 작가들은 전 생애를 걸고 자본주의 문명에 맞서 싸운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런 작가가 어디에 있습니까? 제가 요즘 문단 사정은 모르지만, 어쩌다 주변에서 권하는 소설을 읽어 보려다가도 실망해서 접은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작가들이 너무 작아진 게 아닌가 싶어요.”
문학론집 <대지의 상상력>을 낸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인간의 내면, 개인의 상처도 물론 엄연한 현실이지만 너무 그런 얘기뿐이고 더 크고 근본적인 이야기가 요즘 문학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문학론집 <대지의 상상력>을 낸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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