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이 일어났던 1919년에 태어나 올해로 탄생 100년을 맞는 문학인들을 기리는 행사가 다음달 2일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가을까지 펼쳐진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24일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2019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일정을 밝혔다. 올해 대상 문인은 시인 구상·김종문, 시조시인 정완영, 소설가 김성한·전광용, 아동문학가 권오순·박홍근, 평론가 정태용 등 8명이다. 두 단체는 ‘전후 휴머니즘의 발견, 자존과 구원’이라는 큰 주제 아래 학술대회와 문학의 밤, 시 낭독회와 음악회 등의 행사를 마련하기로 했다.
다음달 2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세미나실에서 본 행사인 심포지엄이 열리며, 10일에는 서울 마포중앙도서관 6층 세미나홀에서 ‘1919년에 태어난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문학의 밤 행사가 마련된다. 6월29일 서울 중앙대학교에서는 ‘탄생 100주년 시인 및 3·1운동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열리고, 가을께에는 ‘구상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시낭독 및 음악회’가 열릴 예정이다.
24일 간담회에서 기획위원장인 고형진 고려대 교수는 “1919년생 문인들은 학업을 마치고 문단 활동을 할 무렵인 1940년 동아·조선일보가 폐간되고 문예지 <문장>도 1941년 폐간됨으로써 발표 지면이 사라지는 바람에 공백기를 가져야 했고 해방과 분단, 전쟁을 거친 1950년대에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일본어로 교육을 받은 이들은 일종의 ‘구세대적 신세대’로 한국 문학의 지평을 새롭게 열어 가야 할 과제를 짊어졌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분단과 전쟁이라는 역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1919년생 문인들은 휴머니즘과 문학의 형식 존중, 그리고 모국어의 할용 가능성을 최대치로 높이려 한 노력에서 공통점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대상 작가 가운데에는 구상·권오순·김성한·김종문·박홍근·전광용 등 6명이 월남한 문인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수녀 시인인 권오순은 ‘구슬비’라는 동요의 작시자로, 박홍근은 동요 ‘나뭇잎 배’의 작시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구상이 <영남일보> 주필과 <경향신문> 논설위원을 역임한 것을 비롯해 김성한이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역임했고 박홍근도 <대한통신> 편집부장으로 일하는 등 언론계 활동도 눈에 뜨인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내년에도 시인 한하운과 시조시인 김상옥, 소설가 김용익·김준성·이범선, 수필가 안병욱 등 1920년생 문인들을 대상으로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마련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대산문화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