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다백희나 지음/책읽는곰·1만3000원
“나는 개다.” 너?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아. 맞아! <알사탕>에서도 나왔던 거 기억나! 동동이 뒤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었던 그 개 아냐? 그렇다면 구슬이? 네가 웬일이야?
“이번엔 내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구름빵 작가’ 백희나 작가의 <나는 개다>는 <알사탕>보다 앞선 이야기야. 재작년 나왔던 그림책 베스트셀러 <알사탕> 말야. 지금은 일본, 중국, 대만으로도 퍼져갔대. 늘 외로운 동동이가 한 알 한 알 먹을 때마다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알사탕 마법’이 다른 나라 아이들한테도 통했나봐. 아빠의 지독한 방귀 냄새 때문에 숨막혀하는 소파의 속사정과 너무나 그립지만 만날 수 없는 할머니의 안부도 알게 하는 신비한 알사탕!
먼저 <알사탕> 수상 소식부터 전할게. “풍부한 표정을 지닌 인형, 섬세하게 만들어진 배경과 소품, 영화를 보는 듯한 카메라 워크가 조화를 이룬 수작”. 올해 일본 전국학교도서관협회와 마이니치신문사가 주관하는 ‘일본그림책상’에서 ‘번역 그림책상’과 ‘독자상’을 동시에 받았대. 또 작년에는 일본 서점 직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을 뽑는 ‘모에(MOE) 그림책서점대상’ 6위에 올랐다고 해. 한국 그림책이 그림책 강국 일본에서 ‘톱10’에 든 것은 처음이래. 동동이랑 아부지랑 할머니, 그리고 나 구슬이, 우리 네 식구 힘이 대단하지? 백희나 작가님이 이번에는 나보고 동동이네 가족이 된 이야기를 들려주래.
구슬이가 막 젖을 뗐을 무렵, 동동이네로 왔다. 아부지, 할머니, 동동이, 그리고 나, 이렇게 가족이 됐다. 책읽는곰 제공
난 동네 개들의 왕엄마 방울이네 넷째로 태어나 엄마젖 떼기 바쁘게 동동이네로 보내졌어. 동동이는 다섯 살이 되어도 울보에 떼쟁이에 달리기도 서툴러. 정말 성가시지만 나라도 돌봐주려고 해. 가족이 모두 잠든 밤이면 ‘아 우울~’ 형제자매일지 모르는 동네개들과 하울링을 하는데, 아부지 하울링은 “구슬이, 조용!” 사람이라 하울링이 좀 그렇지? 동동이가 준 멸치깡을 먹고 침대에서 똥을 누고 만 날 아부지한테 쫓겨났지. 동동아, 나 차가운 베란다 바닥에서 자야 하니?
백희나 작가가 그린 동네개들의 가계도를 봐봐. 섬이, 탄이, 루비, 땡이, 꽃순이, 핼리, 코돌이, 금돌이, 멍무…. 독자들이 보내온 개로 만든 거래. 아~울~, 인간과 체온을 나누는 우린 한가족! 3살 이상.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그림 책읽는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