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이혁진 지음/민음사·1만3000원
이혁진(사진)은 2016년 장편 <누운 배>로 제21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누운 배>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조선 회사를 배경으로 ‘회사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 작품이었다.
그의 두 번째 소설 <사랑의 이해>는 같은 은행에 다니는 남녀 넷의 얽히고 설킨 사내 연애를 다룬다. 남자 행원인 하상수 계장과 비정규직 여성 텔러(창구 직원) 안수영 주임, 그리고 상수의 상사인 박미경 대리와 계약직 청원경찰 정종현이 소설의 핵심 인물들. 상수와 수영은 이른바 ‘썸’을 타는 사이였다가 소원해졌고, 수영은 그사이에 연하남인 종현과 뜨거운 사이가 된다. 상수는 수영을 향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서도 자신에게 호감을 표하며 접근하는 미경에게 점차 마음이 기운다….
<사랑의 이해>의 이혁진 작가.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미경의 까만 눈동자에 비친 자신은 매력 있고 괜찮은 남자였다. 더는 수영에게 벌거벗겨지고 거절당한 남자가 아니었다. 상수는 진심을 다해 미경과 만났다. 수영에게 입은 상처를 아물리고 수영과 하고 싶던 모든 것을 미경과 해 나갔다.”
‘사랑에는 우리를 피해서 달아나는 것을 미친 듯이 쫓아가는 욕망밖에 없다’고 몽테뉴는 썼다. 이혁진의 소설에서 미경은 상수를 사랑하고 상수는 수영을 사랑하며 수영은 종현을 사랑한다. 미경을 향한 상수의, 상수를 향한 수영의, 수영을 향한 종현의 사랑이 없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그것은 반대 방향의 사랑에 비하면 미약하기 짝이 없다.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지 못한다는 사랑의 불균형과 비대칭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연애의 드라마를 낳는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종현,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상수, 그리고 그 자신이란 명백히 안수영, 자기 자신이었다.”
재력가의 외동딸이며 업무 역량도 뛰어난 은행원이라는 미경의 ‘조건’, 경찰 시험에 거듭 떨어지는데다 갈수록 가긍스러워져만 가는 종현의 집안 사정 등 주요 인물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은 그들의 연애의 드라마에서 외모와 성격에 못지 않은 핵심적 요소로 작용한다. 은행원들 업무의 세목과 회식과 ‘뒷담화’를 포함한 회사 생활의 생생한 묘사는 전작에 이어 ‘회사’와 회사원들을 다루는 작가의 역량을 다시금 확인시킨다.
최재봉 기자,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