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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달님이 사실은… 바나나였어!

등록 2019-04-26 06:00수정 2019-04-26 20:02

떨어진 달님을 합심해 먹어치우고
다시 하늘로 띄운 동물 친구들 얘기
처음 소개되는 스즈키 마미의 그림책
달님은 맛있어
스즈키 마미 글·그림, 우민정 옮김/그레이트북스·1만2000원

이 책을 들었을 때 18개월 된 딸아이를 떠올렸다. ‘동물을 한창 좋아하는 때인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심지어 달도 좋아한다. 하야시 아키코의 <달님 안녕>을 몇 번 읽어줬는지 모른다. 둘이 만났으니 오죽할까. 기대를 품고 읽어줬는데, 딸의 반응은 기대에 못 미쳤다. 가만히 듣다가 딴청마저 피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부분에서 눈이 동그래지더니, “빠라라”를 외치며 뛰어나가는 것 아닌가. 엄마에게 “바나나”를 달라는 소리다. ‘흐흐 너도 사람이라 이걸 보고 바나나가 당겼구나! 아무렴 그렇지.’

스즈키 마미의 <달님은 맛있어>는 달님이 떨어지며 시작하는 동화다. “큰일 났어, 큰일” 하는 토끼의 다급한 외침에 족제비, 원숭이, 두더지 할아버지는 달님이 떨어진 곳으로 달린다. 이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바나나였다. 달님이 사실은 바나나였다니…. 이들은 좋은 냄새에 끌려 달님을 먹기로 작정한다. 하얗고 노란 바나나 덩어리를 토끼와 원숭이가 함박 웃음으로 쥔 장면에서 딸아이는 “빠라라”를 외치고 말았던 것이다. 어른인 나도 침이 꼴깍했다.

미국 작가 로버트 풀검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했던가. <달님은 맛있어>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앙증맞은 동물 그림 속에 삶의 교훈도 담고 있다. 처음 달을 발견하고 먹기로 작정한 것은 토끼, 원숭이, 족제비였지만, 조그만 녀석들이 힘을 써봐도 거대한 껍질을 벗기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때 코끼리들이 가세한다. 힘을 합쳐 껍질을 벗긴 녀석들은 모두 함께 그 맛을 즐긴다. 이 과정을 지날 때마다 동물 친구들의 숫자는 점점 불어난다. 마치 축제 같다. 누가 먼저 찾았는지, 어떻게 나눠야 할지 같은 현대인의 찌든 질문은 없다. 달님을 먹기로 작정하고 힘을 모으는 동물 친구들의 모습은 단순해서 오히려 교훈이 되어 남는다.

부른 배를 두드리는 친구들에게 원숭이가 묻는다. “우리가 달님을 몽땅 먹어 버렸는데, 달님이 없어도 괜찮을까?” 질문에 토끼는 당황한다. “달님이 없으면 달구경을 못하겠지. (…) 어머! 추석에는 어떡하지? 달님을 보며 송편을 먹어야 하는데.”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친구들은 또 힘을 합친다. 바나나를 먹기로 하고부터 달님을 되돌리기까지 내내 ‘함께 하면 못 할 일이 없다’는 긍정이 넘치는 점도 이 동화의 매력이다.

지은이 스즈키 마미는 1970년 일본 지바현에서 태어나 2003년부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 작가다. 이 책은 국내에 소개되는 그의 첫 책이다. 옮긴이 우민정은 <학교란 무엇일까?>, <“죽을 만큼 힘들면 회사 그만두지그래”가 안 되는 이유> 같은 책을 번역한 바 있는 일본 출판물 전문 번역가다. 유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그림 그레이트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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