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여선 신작 장편 ‘레몬’ 출간
고3때 숨진 언니의 살해범은 누구?
신의 섭리 부정하고 개인적 복수 감행
고3때 숨진 언니의 살해범은 누구?
신의 섭리 부정하고 개인적 복수 감행
권여선 지음/창비·1만3000원 “어떤 삶은 이유 없이 가혹한데, 그 속에서 우리는 가련한 벌레처럼 가혹한 줄도 모르고 살아간다.” 권여선의 신작 장편 <레몬>에서 주인공 다언은 자신이 목격한 ‘어떤 삶’을 보며 이런 상념을 곱씹는다. 그가 목격한 가혹한 삶의 주인은 한만우와 여동생 선우 그리고 그들의 난쟁이 어머니로 이루어진 일가족. 만우는 고교 졸업반이던 2002년 7월1일 둔기에 머리를 맞아 숨진 다언 언니 해언의 살해 용의자로 수사를 받았던, 해언의 고교 동창이다. 그는 무죄로 풀려났지만, 그 뒤 군 복무 중 발병한 무릎암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왼쪽 무릎을 절단해야 했다. 고교 시절 그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치킨집 사장의 말처럼 한만우는 일머리가 좋고 성실하며 책임감이 강한 청년이었다. 다언의 위와 같은 관찰 이후에 그는 세탁공장에서 일하다가 화상을 입고, 결국 육종이 폐에 퍼져 나이 서른에 삶을 접는다. 소설 앞부분에서 다언은 “어떤 삶에도 특별한 의미 같은 건 없다” “무턱대고 시작되었다 무턱대고 끝나는 게 삶”이라는 생각을 펼치기도 하는데, 한만우의 삶이 대표적이다. 다언이 보기에 무턱대고 시작되었다가 무턱대고 끝나 버린 것은 한만우의 삶만이 아니다. 언니 해언의 삶 역시 그러하다. 열아홉 꽃다운 나이에 비명횡사한 언니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절대적이고 압도적인 아름다움”의 소유자였다. 다언이 사건 발생 뒤 8년이 지나서 새삼스럽게 한만우를 찾게 된 것은 미제 사건으로 남은 언니의 죽음의 비밀을 찾고자 해서였거니와, 소설 <레몬>은 다언이 언니의 살해범을 추적하고 충격적인 방식으로 그에 복수를 한다는 점에서 ‘장르적’ 요소를 지녔다.
소설 <레몬>의 작가 권여선은 ‘작가의 말’에서 “삶이 결코 평범하지도, 평화롭지도, 평온할 수도 없다는 사실은, 늘 당연하면서 놀랍고, 이상하면서 또 궁금하고, 두려우면서 매혹적이어서, 우리는 자꾸 삶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것일까, 생각합니다”라고 썼다.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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