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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마음속 별이 된 할머니에게

등록 2019-04-26 06:01수정 2019-04-26 20:02

할머니 어디 있어요?
안은영 글·그림/천개의바람·1만2000원

우리는 매일 이별하며 산다. 모든 이별이 아프지만 소중한 사람을 하늘로 떠나보낸 슬픔은 그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슬픔이 너무 크면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별의 빈 자리는 추억이 메우고, 추억하다 보면 이별이 다시 현실이 되어, 그렇게 이별을 가슴에 품고 또 하루를 살아간다.

이 책은 표지부터 시작한다. 민들레 홀씨가 까만 밤하늘에 외로이 떠 있는 둥근 달을 향해 길을 떠난다. 이때 어디선가 할머니를 찾는 손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할머니 어디 있어요?” 무수히 많은 별이 총총 빛나는 밤하늘, 아이는 그 안에 할머니가 있지 않을까 불러 본다. “거기 숨었나요?” 할머니는 눈을 감으면 밤하늘 별이 되고 싶다고 했다.

할머니가 도란도란 읽어 주던 <빨간모자> 혹시 그 안에 할머니가 있지 않을까 그림책 속 친구들에게도 물어본다. 방 한구석에 모여 있는 장난감들 속에 할머니가 숨어 있지 않은지 찾아보기도 한다. 할머니와의 행복한 시간이 담긴 추억을 떠올려 보지만 아이는 할머니를 찾을 수 없다. 행여 꿈에서라도 볼 수 있을까 잠을 청한다.

어느새 방긋 해가 떠올랐다. 햇볕이 할머니의 꽃밭을 비추고 세상은 노랗게 물든다. 활짝 핀 꽃들에서 할머니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할머니가 그토록 아끼던 꽃밭에서 아이는 마침내 할머니를 만난다.

이 책은 작가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지은 그림책이다. 작가는 어머니가 투병 생활을 할 때부터 심한 불면증을 겪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그리움으로 밤에 눈을 붙일 수 없었다. 그 잠 못 이루던 시간에 떠올린 어머니와의 추억이 그림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작가는 어느 봄날 어머니의 꽃밭에 솟아오른 새싹을 보고 이별을 받아들일 용기를 얻었다. 누군가를 기억함으로써 그를 떠나보낸 상실감을 치유하는 작가의 여정을 통해 독자는 따뜻한 위로를 얻게 된다. 4~7살.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그림 천개의바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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