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창완이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 출판 간담회 시작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 책을 쓰게 만든 가장 큰 동인은 결핍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금지되거나 벽이 되는 것, 저부터도 벗어나고 싶었지만 마음만 있었지 실행은 못했던 부족함을 동시 형식으로 쓴 게 이 책입니다. 아이들이든 어른들이든 이 책을 읽는 분들이 부디 유쾌해지고 해방감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산울림’의 가수 김창완(사진)이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문학동네)을 내고 29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 그는 2013년 ‘할아버지 불알’ ‘어떻게 참을까?’ 등 동시 다섯 편을 격월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에 발표하며 등단했고, 올해 ‘칸 만들기’로 제3회 동시마중 작품상을 받았다. <…방이봉방방>에는 그동안 그가 쓴 동시 200여 편 가운데 고른 51편이 오정택 작가의 귀여운 그림과 함께 실렸다.
“제가 동요 앨범도 너댓 장 냈지만, 이전에 발표했던 동요와 이번 책은 다른 것 같아요. 동요 앨범이 동심이라는 은유로 바라본 세상이었다면, 이번 책에는 제가 쉰 살이 넘어서야 비로소 발견한 진짜 동심을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아직은 낯선 세계이지만, 좀 더 가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동시마중> 발행인으로 기자간담회에 동석한 이안 시인은 “이 동시집에는 어린이의 천진성을 담은 작품, 맹랑한 생활인으로서 어린이의 모습을 담은 작품, 창작과 관련한 자의식을 읽게 하는 작품, 가수로서 또 연기자로서 김창완의 자기 표현으로 읽히는 작품 등이 두루 실렸다”고 평했다.
1년 동안 <동시마중>에 실린 작품 가운데 한 편을 골라 시상하는 동시마중 작품상 수상작인 ‘칸 만들기’는 네모 칸을 그리고 그 안에 먹고 싶은 음식 이름을 채워 나가는 아이의 솔직한 ‘욕심’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과 함께 <동시마중>에 실렸던 ‘소 그리기’에는 김창완 자신이 그린 소 그림이 곁들여지기도 했다.
“제가 포착하고자 하는 어떤 생각이 반드시 언어적이어야 하겠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글이나 말로 표현되지 않는 것들이 있지 않겠나 하는 거죠. ‘갖고 싶은 욕망’이라는 글자를 쓰는 게 아니고 그 욕망 자체를 보여주자면 어떻게 할까 하는 고민, 형식을 넘어서고 싶다는 생각을 표출해 본 거죠.”
기자간담회에서 김창완은 동시집에 실린 몇 작품을 직접 낭독하기도 했는데, 제목이 매우 길고 본문은 달랑 세 글자 “모아요”인 작품도 그의 그런 실험 정신을 엿보게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제목은 이러하다. ‘엄마가 숙제하라고 했는데 잠깐만 놀고 하려고 놀이터에 갔다가 미끄럼틀에서 넘어져서 이빨이 부러져 치과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어쩌다 이랬냐고 물어서 한 말’.
‘늙은 가수’와 ‘가수’가 가수 김창완의 솔직한 자화상이라면 ‘대본 읽기’에서는 연기자 김창완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글쓰기’와 ‘마른 우물’ 같은 작품은 시인 김창완의 창작의 고통을 짐작하게 하는데, 글을 쓰기 위한 고민 끝에 치킨과 맥주에 항복하고 마는 ‘글쓰기’의 마지막 장면이 유머러스하다.
기자간담회 끝무렵에 김창완은 “내가 지금 보는 것은/ 내가 처음 보았던 것이다”로 시작하는 ‘내가 지금 보는 것’을 낭독한 다음, 이런 말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제 노래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 가사 중에 ‘두고두고 긴 눈물이 내리리니’라는 게 있는데, 이 시는 그 가사와 맥을 같이합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걸 경험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건 정말 어리석은 것 같아요. 내가 지금 보는 게 다 처음이라는 게 시의 내용인데, 시에서는 뺐지만 저는 매일 마시는 술도 첫 술처럼 마십니다.”
글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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