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김창완 “쉰살 넘어서야 비로소 발견한 진짜 동심 담았어요”

등록 2019-04-29 17:12수정 2019-04-29 20:11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 출간
수록작 ‘칸 만들기’로 동시마중 작품상 수상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 동시로 풀어 써
읽는 이들도 유쾌하게 해방감 느꼈으면”
창작자·연기자로서의 고뇌도 재치있게 풀어내
가수 김창완이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 출판 간담회 시작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가수 김창완이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 출판 간담회 시작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 책을 쓰게 만든 가장 큰 동인은 결핍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금지되거나 벽이 되는 것, 저부터도 벗어나고 싶었지만 마음만 있었지 실행은 못했던 부족함을 동시 형식으로 쓴 게 이 책입니다. 아이들이든 어른들이든 이 책을 읽는 분들이 부디 유쾌해지고 해방감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산울림’의 가수 김창완(사진)이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문학동네)을 내고 29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 그는 2013년 ‘할아버지 불알’ ‘어떻게 참을까?’ 등 동시 다섯 편을 격월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에 발표하며 등단했고, 올해 ‘칸 만들기’로 제3회 동시마중 작품상을 받았다. <…방이봉방방>에는 그동안 그가 쓴 동시 200여 편 가운데 고른 51편이 오정택 작가의 귀여운 그림과 함께 실렸다.

“제가 동요 앨범도 너댓 장 냈지만, 이전에 발표했던 동요와 이번 책은 다른 것 같아요. 동요 앨범이 동심이라는 은유로 바라본 세상이었다면, 이번 책에는 제가 쉰 살이 넘어서야 비로소 발견한 진짜 동심을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아직은 낯선 세계이지만, 좀 더 가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동시마중> 발행인으로 기자간담회에 동석한 이안 시인은 “이 동시집에는 어린이의 천진성을 담은 작품, 맹랑한 생활인으로서 어린이의 모습을 담은 작품, 창작과 관련한 자의식을 읽게 하는 작품, 가수로서 또 연기자로서 김창완의 자기 표현으로 읽히는 작품 등이 두루 실렸다”고 평했다.

1년 동안 <동시마중>에 실린 작품 가운데 한 편을 골라 시상하는 동시마중 작품상 수상작인 ‘칸 만들기’는 네모 칸을 그리고 그 안에 먹고 싶은 음식 이름을 채워 나가는 아이의 솔직한 ‘욕심’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과 함께 <동시마중>에 실렸던 ‘소 그리기’에는 김창완 자신이 그린 소 그림이 곁들여지기도 했다.

“제가 포착하고자 하는 어떤 생각이 반드시 언어적이어야 하겠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글이나 말로 표현되지 않는 것들이 있지 않겠나 하는 거죠. ‘갖고 싶은 욕망’이라는 글자를 쓰는 게 아니고 그 욕망 자체를 보여주자면 어떻게 할까 하는 고민, 형식을 넘어서고 싶다는 생각을 표출해 본 거죠.”

기자간담회에서 김창완은 동시집에 실린 몇 작품을 직접 낭독하기도 했는데, 제목이 매우 길고 본문은 달랑 세 글자 “모아요”인 작품도 그의 그런 실험 정신을 엿보게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제목은 이러하다. ‘엄마가 숙제하라고 했는데 잠깐만 놀고 하려고 놀이터에 갔다가 미끄럼틀에서 넘어져서 이빨이 부러져 치과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어쩌다 이랬냐고 물어서 한 말’.

‘늙은 가수’와 ‘가수’가 가수 김창완의 솔직한 자화상이라면 ‘대본 읽기’에서는 연기자 김창완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글쓰기’와 ‘마른 우물’ 같은 작품은 시인 김창완의 창작의 고통을 짐작하게 하는데, 글을 쓰기 위한 고민 끝에 치킨과 맥주에 항복하고 마는 ‘글쓰기’의 마지막 장면이 유머러스하다.

기자간담회 끝무렵에 김창완은 “내가 지금 보는 것은/ 내가 처음 보았던 것이다”로 시작하는 ‘내가 지금 보는 것’을 낭독한 다음, 이런 말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제 노래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 가사 중에 ‘두고두고 긴 눈물이 내리리니’라는 게 있는데, 이 시는 그 가사와 맥을 같이합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걸 경험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건 정말 어리석은 것 같아요. 내가 지금 보는 게 다 처음이라는 게 시의 내용인데, 시에서는 뺐지만 저는 매일 마시는 술도 첫 술처럼 마십니다.”

글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