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 마리아 코르더키 지음, 손영인 옮김/오아시스·1만5000원 최근 시사주간지 <시사인>과 한국리서치가 밝힌 ‘20대 남성’에 대한 분석 결과를 보면, ‘반페미니즘’ 정체성을 지닌 집단은 “자기 성별은 가장 이타적으로, 상대방 성별은 가장 이기적으로 평가”하며 “짝짓기 시장에서 가장 상처받는 집단”이다. 연애와 결혼이 문화적·경제적 토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관계 맺기임을 고려하면, 이는 꽤 일리 있어 보인다. 20대는 부모보다 경제적으로 못 살게 된 최초의 세대인데, 짝짓기 시장은 여전히 ‘남성의 경제적 능력’을 기준으로 편성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20대 남성인 나”란 존재가 연애나 결혼을 못하는 건 “능력을 기준으로 연애 상대를 고르며 ‘더치 페이’를 하지 않는, 그러면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이기적인 여성’의 존재 때문”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여기 조금 다른 관점에서 관계를 성찰할 수 있게 하는 책이 있다. 연애와 결혼의 역사가 여성의 인권투쟁사와 어떻게 궤를 같이 해왔는지를 톺아본 책 <왜 나는 너와 헤어지는가>다. 결혼은 “애초부터 경제적 동맹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계약”이었으며 18세기가 돼서야 비로소 “진정으로 사랑해서 하는 일”이 된다. 이런 변화가 가능해진 건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성 역할이 조금씩 변하면서다. 하지만 여성에게 사랑과 관계에 대한 권리가 온전히 부여된 것은 아니다. 권력과 자본의 상위층을 남성이 독점하는 사회는 여성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경제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관계를 결정하도록 만든다. 일부 남성의 탈락도, 여성의 권리 박탈도 결국은 불평등에서 비롯되는 셈이다. 성 역할의 변화 속도를 사회·경제구조가 따라잡지 못해 발생한 지체현상이기도 하다. 책은 소위 ‘정상’이란 틀을 벗어난 다양한 관계의 가능성도 탐색한다. 이런 불균형을 넘어서려면 ‘새로운 관계맺기’에 대한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단 얘기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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