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화 글·그림/미디어일다·1만4000원 탈북여성 경화는 북한에서 30여년, 남한에서 20여년을 살았다. 1990년대 중반 극심한 식량난으로 중국에서 식량을 구하고자 북한 국경을 넘은 게 가족과의 생이별이 될 줄 몰랐다. 북한에서 노동자로 살았던 그는 남한에서도 계약직 청소노동자로 일한다. 남북을 모두 경험한 ‘여성’ ‘노동자’인 그가 <나의 살던 북한은>을 펴냈다. 노래처럼 ‘나의 살던 고향은~’을 떠올리며 평범한 북한 사람들의 가정과 양육, 노동과 일상들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북한 체제와 문화는 재밌으면서 인상적이다. 150일간 보장되는 출산휴가와 직장마다 있는 탁아소, 있으나 생전 찾아갈 일 없는 은행, 당이 정한 책 위주로 ‘1년에 만페이지 읽기’ 운동을 하는 학교 등에 대한 설명은 흥미롭다. 경제난은 북한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식량난으로 식당이나 배급소에서 일하는 게 선망하는 직업으로 꼽힌다. 의약품 부족으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죽거나 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흔하자 민간에서 몰래 치료행위가 이뤄지기도 한다. 남한에서 병원에 갔을 때 한 움큼의 약을 먹고 어지러움을 호소하자 “옛날 약이 없던 시절대로 처방” 받고 나았다는 이야기는 웃음이 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책에 담긴 북한 사람들의 일상은 핵개발에 열중하며 독재체제를 찬양하는 뉴스 속 북한 모습과는 확실히 다르다. “남한에 와서 북한과 관련한 추측성 뉴스들을 볼 때면 불편하고 괴로웠다”는 저자는 “남과 북이 서로 교류와 협력을 해가면서 점차 통일의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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