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입 윌리엄스 지음, 공보경 옮김/나무의철학·1만5000원 “제 이야기는 끝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을 때쯤 저는 이 세상에 없을 거란 뜻이지요.” 독자들은 프롤로그에서 이미 이 책의 결말을 알게 된다. 말기암 선고를 받은 저자는 죽었고, 저자의 곁을 지켰던 남편은 책의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죽음까지 이른 과정을 설명한다. 뉴욕의 성공한 법조인이자 두 딸의 엄마로 살아온 저자가 2013년 말기암 시한부 선고를 받고 투병한 기록이 <그 찬란한 빛들 모두 사라진다 해도>로 묶였다. 5년간 써내려간 43개의 글에서 저자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말기암의 고통과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인고의 시간 사이를 오간다. 글이 누군가의 투병기로만 읽히지 않는 이유는 바로 저자가 견뎌온 삶 때문이다. 그는 베트남전이 끝난 직후인 1976년 선천성 백내장을 갖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친할머니에 의해 ‘안락사 당할’ 뻔했다가 가까스로 살아남았고, 세 살이 되던 해에는 부모와 함께 목숨을 걸고 탈출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수술로 조금이나마 시력을 되찾은 그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해 유명 로펌에서 변호사로 승승장구한다. ‘장애가 있어도 잘 살아갈 수 있다.’ 이를 인정받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던 저자의 태도는 딸에게 전한 메시지에서도 드러난다. “사람들이 엄마더러 뭘 할 수 있다거나 뭘 못할 거라고 말하는 걸 엄청 싫어했어. 그래서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는 아이라는 걸 보여줘야겠다고 결심했지.” 짧은 삶을 살다 간 저자가 남긴 조언은 지극히 일상적이어서 특별하다. “날씨가 좋을 땐 산책을 하세요. 여행을 하고 여권에 스탬프를 모으세요. 오늘부터 ‘내일’을 살아보세요.”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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