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천 지음/한겨레출판·1만3000원 심재천은 일간지 기자 출신 작가로, 2011년 장편 <나의 토익 만점 수기>로 1억원 고료 중앙장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이듬해 소설집 <본심>을 출간했다. 그의 두 번째 장편 <젠틀맨>은 청량리 포주에서 명문대 학생으로 급격한 신분 이동을 한 청년의 인생 유전을 그린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앞부분은 조직폭력배의 말단 조직원이자 포주로서 삶을 그리고, 뒷부분은 대학생이 된 주인공의 전혀 다른 생활을 묘사한다. 장르로 치자면 누아르와 캠퍼스물이라는 이질적인 두 이야기가 하나의 소설 안에 공존하는 셈이다. 우연히 손에 들어온 학생증이 계기가 되어 가짜 대학생 노릇을 한다는 설정에 다소 개연성이 떨어진다면, 책 읽기의 속도감을 높이는 흥미진진한 서사는 그 점을 벌충하고도 남음이 있다. 주인공 청년이 청량리 시절 관리하던 한 여자에 따르면 그는 “누구보다 섬세”하고 “자신한테 엄격”하며 “여자를 챙길 줄 아”는 “젠틀한” 사람이다. 그가 학생으로 위장하고 잠입한 학교에서도 동급생 여학생은 그를 가리켜 “무엇보다 젠틀하”다고 평한다. 조폭에다 포주 이야기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소설 제목의 유래를 알게 한다. 크고 작은 문제가 없지 않은 대로 대학 생활을 이어 가던 청년에게 진짜 큰 위기가 닥친다. 학생증의 주인으로부터 연락이 온 것. 과연 그는 이번에도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을까? 이 청년이 뒷날 <나의 토익 만점 수기>라는 소설로 문학상을 받게 된다는 에필로그의 ‘깜짝 설정’을 포함해, 독자의 방심을 허락하지 않는 반전과 서스펜스가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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