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웅 지음, 무위당사람들 감수/두레·1만9000원 스스로 책 한권 내지 않았고 그럴듯한 관직에 나가본 적도 없다. 그러나 삼복더위에 마을 사람들 느티나무 아래 모이듯 강원도 원주 봉산동 929번지 지붕 낮은 그의 집엔 항상 사람들이 들끓었다. 독재정권에 탄압받는 리영희, 김민기, 김지하, 이철수 등 지식인·문화예술인은 물론 답답한 사정이 있는 시장 상인, 구두닦이들까지. 올해는 무위당 장일순(1928~1994)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25년이 되는 해다. 한용운·신채호·송건호 등 한국 근현대사의 큰 인물들의 삶을 기록해온 김삼웅이 펴낸 <장일순 평전>은 장일순을 따르는 이들의 모임인 ‘무위당 사람들’로부터 ‘공인’을 받은 전기로, 교육사업·민주화운동·협동조합운동·한살림운동 등 평생 매진해온 사회활동과 해월 최시형의 ‘삼경(三敬)사상’에 뿌리를 둔 생명사상을 소개하며 눈물 많고 정 넘치면서도 자신에게 철저했던 인간됨을 짚어나간다. 사귐의 너른 폭만큼 그는 한마디로 딱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은 사람이었다. 시대의 과제를 일찌감치 내다보고 생명과 공생의 원리를 실천한 “20세기를 산 21세기형 인간”이었으며 지학순 주교와 함께 교회의 개혁과 민중의 자립을 위해 나설 때는 ‘일머리를 아는 활동가’였다. 천주교 신자이면서도 “도가의 관을 쓰고 유가의 신발을 신고 불가의 옷을 걸친” 사상가였고 어느 틀과 논리에 얽매이지 않은 “제일 잘 놀다 간 자유인”이었으며 “그윽한 골짜기에 피어 알려지기 바라지 않는 난초”였다. 사회양극화와 진영논리, 혐오와 차별에 고통받는 오늘의 우리에게 무위당의 말씀은 더욱 간절해진다. ‘기어라, 모셔라, 함께하라’.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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