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 소설 ‘대소설의 시대’
18세기 한글소설 창작과 독서 배경
“뒤늦은 박사논문이자 인생의 화해”
18세기 한글소설 창작과 독서 배경
“뒤늦은 박사논문이자 인생의 화해”
김탁환 지음/민음사·각 권 1만3000원 “인생이 재밌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대학 4학년이던 스물세 살 때 이 책에 소개된 한글 고소설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때로부터 30년 뒤에 그에 관해 소설을 쓰게 됐으니까요. 연구자 시절 제 전공이 1700년대 한글 소설들이었거든요. 그땐 이 소설들을 읽다가 인생이 다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도망쳤는데…. 이번 소설은 말하자면 뒤늦게 쓴 박사 논문이자 제 인생에서의 어떤 거대한 화해 같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소설가 김탁환에게 신작 소설 <대소설의 시대>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듯했다. 이 책은 물론 그가 내고 있는 ‘소설 조선왕조실록’ 연작의 18·19번째 권에 해당하고, 18세기 말 선진적 지식인·문필가 집단인 백탑파의 이야기를 추리적 틀에 담은 백탑파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기도 하지만, 고전문학 연구자 출신 작가인 그에게는 일종의 ‘귀향’으로서 의미 역시 지니는 것처럼 보인다. 그가 이 소설을 퇴고한 연희문학창작촌에서 13일 그를 만났다. <대소설의 시대>는 그가 ‘아름다운 장편소설의 시대’라 명명한 18세기 말을 배경 삼아 여성들의 소설 독서와 창작의 세계를 전면화시킨 작품이다. 두 ‘탐정’ 김진과 이명방이 사건 해결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것은 여느 백탑파 시리즈와 다르지 않지만, 이 소설에서 그들이 다루는 사건의 핵심에는 소설을 읽고 또 쓰는 여성들이 있다. 이 작품의 장 제목은 1장 ‘엄씨효문청행록’에서부터 22장 ‘명주보월빙’까지 22편 소설 제목으로 되어 있는데, 이 소설들은 거의가 여성에 의해 쓰였고 여성 독자들에게 읽혔을 것으로 작가는 추정한다.
여성들이 긴 분량 소설을 쓰고 읽었던 18세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 <대소설의 시대>를 낸 작가 김탁환. “인생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찾는 방법으로 내가 배운 게 소설 쓰기였다”고 말했다. 손홍주 <씨네21> 기자 lightson@cine21.com
<대소설의 시대>의 작가 김탁환. 손홍주 <씨네21> 기자 lightson@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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