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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계엄군 소총 씩스틴은 왜 광장에 남았을까

등록 2019-05-17 06:00수정 2019-05-17 19:50

씩스틴
권윤덕 글·그림/평화를품은책·1만3800원

‘제발 광장으로 나오지 말라니까!’

5·18 계엄군의 엠(M)16 소총 ‘씩스틴’은 흔들렸다. 가늠쇠 너머 사람들이 총열 안으로 빨려 들어온다. 아스팔트에 고인 핏물, 그 위를 서성이는 차갑고 슬픈 목소리. “크림빵을 든 내 딸 봤냐?” “트럭에 실려 간 내 친구들 못 봤어요?” “장사 나온 우리 엄마는 어딨죠?” 특수부대 훈련을 받고 ‘빨갱이 폭도를 소탕하라’는 임무를 받은 씩스틴은 이상하다. 계엄군이 최루탄을 아무리 퍼부어도 장갑차로 밀어붙여도 발포명령에 따라 총구를 겨누어도 ‘폭도’들은 “민주주의 만세”를 외치며 광장으로 몰려나온다.

그림책 <씩스틴>은 5·18 가해자인 계엄군 소총을 화자로 삼아 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돌아본다. 무고한 시민을 대량학살한 참혹한 역사를 그림책으로 시각화할 수 있을까? 어려운 답을 푼 이는 권윤덕 작가다. “폭력과 죽음의 무게에 짓눌릴 때마다 하얗고 팽팽한 화판을 뚫어지게 바라봤다”고 한다. 1995년 첫 그림책 <만희네 집>으로 내공을 떨친 작가일지라도 쉽지 않았을 작업이 가늠된다. 씩스틴의 미세한 내면변화를 포착하고 총격의 폭력적 장면을 우회한 고품격 그림이 비극을 더욱 진하게 전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꽃할머니>(2010), 제주 4·3의 아픔을 간직한 소녀의 내력을 그린 <나무 도장>(2016)에 이어 <씩스틴>으로 현대사의 비극과 국가폭력을 다룬 그림책 3부작을 완성했다.

탕탕! 총알을 허공으로 날려버린 씩스틴. 발포명령을 따르지 않고 광장에 남은 씩스틴. 살상의 총구엔 비로소 생명의 ‘씨앗망울’이 날아든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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