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나 첫 소설집 ‘말 좀 끊지 말아줄래?’
의미없는 대거리와 전염되는 말들
연극적 활기 속에 속물성 비판 담아
의미없는 대거리와 전염되는 말들
연극적 활기 속에 속물성 비판 담아
최정나 지음/문학동네·1만3000원 제목이 책의 핵심을 담았달까. <말 좀 끊지 말아줄래?> 신인 작가 최정나의 첫 소설집은 들끓는 말들의 소용돌이와도 같다. 책에 실린 여덟 단편에서 인물들은 끊임없이 말을 하고, 말을 하고, 말을 한다. 그런데 그 말들은 어떤 말인가. 설명이나 주장, 제안이나 감정의 토로 같은 의사소통의 기능을 거의 수행하지 못하는, 무의미한 소음 같은 말들인 경우가 태반이다. “어차피 사십구 일 동안 구천을 떠돌게 될 텐데 상관없다.” “죽어봤냐, 사십구 일인지 어떻게 아냐?” “그러는 너는 죽어봤냐, 구천을 떠도는 걸 어떻게 아냐?” 표제작 ‘말 좀 끊지 말아줄래?’에서 두 주인공 우씨와 이씨가 친구인 조씨의 할아버지인지 아저씨인지의 빈소에서 주고받는 대거리다. 이 대화 직전에, 조화를 나르던 인부 둘이 “쓸데없는 소리 하는군”이라거나 “싱거운 소리 그만하세요”라며 서로를 면박하는 장면도 나오거니와, 우씨와 이씨가 주고받는 말들이야말로 ‘쓸데없’고 ‘싱거운’ 소리라 하겠다. 상주인 조씨까지 합세한 자리에서 우씨는 “역시 아무 말이 하는 거나 듣는 거나 재미는 있다”고 말하는데, 이 말은 언술 행위에 관한 중요한 진실을 담고 있다. 내용의 부실함을 발화 행위 자체에 대한 열정이 덮는다는 게 쓸데없고 싱거운 말들의 특징이겠는데, 책 전체의 제목이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이씨가 한창 발화 행위의 재미에 들려 있는 차에 조씨가 말을 막으며 끼여들자, 참지 못하고 이씨가 한마디 한다. “말하는데 자꾸 말 끊지 말아줄래?”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소설의 몸통을 이루는데 정작 그 대화인즉 별 내용이 없는 ‘소리’에 불과하다면, 이 소설에서 심오한 주제나 교훈을 찾기란 어색한 노릇이다. 그냥 말 자체의 향연을 즐기는 것이 슬기로운 독서 생활일 터.
첫 소설집 <말 좀 끊지 말아 줄래?>를 낸 소설가 최정나. “문학 청년이 아니었기 때문에 소설 독서가 풍부하진 않은데, 소포클레스나 셰익스피어 등의 희곡을 즐겨 읽긴 했다”고 말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첫 소설집 <말 좀 끊지 말아 줄래?>를 낸 소설가 최정나가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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