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피타 뒤퐁 지음, 윤은오 옮김/율·1만8000원 “내 남편의 그림이 그려진 엽서 한 장을 사막 한가운데서 들고 혼자 있어도, 사람들은 내가 파블로에게 사랑받았던 사실을 절대 용서하지 않았을 거예요.” ‘피카소의 마지막 연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여성. 그러나 마흔두 살이라는 나이 차이, 피카소 사후 유산 상속 분쟁 등으로 대중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자클린 로크의 생애가 책으로 묶였다. 취재를 계기로 생전 자클린과 깊은 친분을 쌓았던 저자는 자클린이 죽고 20여년이 지난 뒤 그의 삶을 기억하는 책을 집필했다. 가난했던 유년시절부터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저자는 자클린의 생애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짚는다. 첫 결혼에 실패한 자클린은 도자기 공예방에서 점원으로 일하다 피카소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후 20여년간 피카소가 그린 자클린의 초상만 400여점이 넘는다. 말년에 피카소가 도자기 공예 작품을 많이 만든 이유도 바로 공예방에서 처음 만났던 자클린의 영향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자클린에 대한 후대의 평가가 여전히 엇갈리는 것처럼, 책에 얽힌 사연도 복잡하다. 저자는 ‘자클린이 피카소의 장례식에 후손들이 오는 것을 막았다’ 등 세간에 퍼진 오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호하는데, 이에 반발한 후손들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피카소 작품자료는 사용 허가가 나지 않아 책에 담긴 유일한 사진은 저자가 1983년 자클린과 함께 찍은 사진뿐이다. 자클린과의 친분에서 비롯된 저자의 편파적 시각이 드러날 수 있지만, 동시에 위대한 예술가와 그의 ‘뮤즈’의 생애를 엿볼 수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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