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웅 지음/우리나비·1만6000원 조국인 한국에서는 낯설지만 중국에서는 지금도 존경받고 있는 이름, 정율성. 일제의 수탈이 극심하던 1914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4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정율성은 독립운동가인 셋째 형을 따라 19살(1933년)에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 운동에 나선다. 중국 난징에서 항일무장단체인 의열단 단원으로 훈련을 받으며 본격적인 독립운동에 뛰어든 율성은 어릴적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또 잘했다. 중국 공산당 본부가 있는 옌안(연안)에서 항전의 의지를 담아 만든 <옌안송>은 서정적이면서 웅장한 곡으로, 중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조차 따라 부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인생 최대의 역작인 <팔로군 행진곡>은 중국 군가로 지정됐고, 지금까지도 군대·학교 공식행사에서 불려진다. 하지만 정작 조국에서는 ‘빨갱이’라는 이념의 벽 탓에 독립운동 역사의 사각지대로 밀려나 있다. 판화와 같은 선 굵은 그림과 손 글씨로 쓴 450쪽 분량의 그래픽노블 형식인 <옌안송>에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율성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국의 해방 뒤에도 계속되는 혼돈으로 북한에 정착할 수도,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던 율성은 중국서 힘들게 살다가 1976년 베이징에서 낚시를 하던 도중 쓰러져 62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책을 쓴 박건웅은 “전쟁으로 인간의 본성을 잃어 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인간일 수 있었던 그 마지막 끈은 바로 예술이었다”며 “결국 한 사람의 노래는 총칼보다 강했고 혁명 그 이상의 힘을 보여주었다”고 말한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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