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내 부하야박나래 지음/씨드북·1만2000원
두 살 터울 동생이 하나 있다. 오빠-동생 사이라 그런지 형제나 자매를 둔 친구들에 비해 어릴적 싸움은 덜했던 듯싶다. 지금은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몇 개월 동안 카톡 하나 안 할 때도 많지만, 꼬마 때는 이런저런 놀이로 꽤 즐거웠다. 그 시절 우리 집 안방에는 기억 속 어른 키만 한 어머니의 화장대가 있었다. 어느날 나는 동생을 놀려주려 화장대 뒤에 숨어 들어간 뒤 마치 거울을 통과한 듯 장난을 쳤다. “오빠는 지금 거울 속 나라에 들어왔다. 와~ 신기해, 세상이 다 반대로 보여.” “나도 나도~ 들어갈래!” 동생은 발을 동동 굴렀다. 부러움이 가득찬 동생 목소리를 들으니 어떡하면 더 그럴싸한 거울 나라 이야기를 꾸며낼까 내가 점점 더 열중했던 것 같다. 끝에는 상상의 세계를 지키려 “부엌서 먹을 거 좀 가져오면 들어오는 법 가르쳐줄게”라고 동생을 보낸 뒤, 저린 다리를 붙잡고 기어나왔던 기억이 난다.
언니, 형은 동생을 골탕 먹이려다 큰다. 동생을 둔 누구나 그런 기억 하나쯤은 있나 보다. <동생은 내 부하야>는 그런 경험을 잘 살린 동화책이다.
이제 유치원을 다니는 장난꾸러기 서우에게는 골칫덩이가 하나 있다. 걸음마를 떼더니 형이 하는 거라면 뭐든 하겠다고 나서는 동생, 신우다. 형이 먹는 것은 모조리 자기가 먹겠다, 장남감도 모두 내가 하겠다고 우기는 동생이 서우는 얄밉다. 어느날 서우에게는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모두 따라하는 신우의 행동을 역이용해 귀찮은 일은 동생에게 맡기는 거다. 읽었던 책을 책장에 꽂기, 유치원 색칠 숙제하기, 강아지 토토 먹이주기 등등. 재미있는 놀이인 양 시작하면 신우는 자기가 하겠다고 나설 테고 나는 마음껏 쉴 수 있겠지?
첫 번째 창작 그림책 <그냥 꿈이야>로 ‘제4회 앤서니 브라운 & 한나 바르톨린 그림책 공모전’에서 수상한 바 있는 박나래 작가는 이번 책에서도 감성이 듬뿍 살아나는 색연필 그림으로 서우와 신우의 이야기를 담았다. 티격태격하는 형제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동생 신우뿐 아니라 형 서우에 대한 애정도 솟는다. <동생은 내 부하야>는 <너 내 동생 할래?>에 이은 출판사 씨드북의 ‘우리 집에 동생이 산다’ 시리즈 두 번째 책이기도 하다.
동생을 부하로 만들려는 서우의 귀여운 계략은 성공했을까? 이날 저녁 서우는 “신우가 내 부하가 되다. 내 일을 신우한테 다 시켯더니 너무 편한것 갓다. 내일도 신우한테 다 시켜야지”라고 일기를 썼지만 곯아떨어진 녀석 모습을 보면 계획대로 잘 된 것 같진 않다. 다음날 신우 모습을 보면 동생도 보통내기는 아니다. 뭐 어떠랴. 형과 동생이 어느새 부쩍 닮아가는 것이 우리 눈에도 다 들어오는데 말이다. 초등 저학년.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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