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에른스트 지음, 이두희 옮김/이모션북스·1만9000원 “축제는 나뭇가지에 팔찌처럼 매달려 있다.” “프로메테우스.” “백 개의 머리를 가진(머리가 없는) 여인은 귀족적인 옷소매를 연다.” “이 원숭이는 혹시 가톨릭인 걸까?” “마음의 동요여, 나의 누이여, 백 개의 머리를 가진(머리가 없는) 여인이여.” 수수께끼 같은 이 문장들은 각각 위에 놓인 그림의 설명이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이어지는 이야기다. 신비롭고 어두운 기운의 동판화 그림은 꿈과 현실을 콜라주한 것처럼 낯설고 기괴하면서도 유심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20세기 초 유행했던 대중소설 삽화와 박물도감, 상품 카탈로그 등을 오리고 다시 붙이는 작업으로 실제 ‘콜라주’해 완성한 이 도판 147개는 미술 애호가들이라면 눈치챌 수도 있다. 작가의 고전적 개념인 ‘오리지널리티’를 지우기 위해 기성의 이미지들을 조합하는 ‘콜라주’를 하나의 예술적 과정으로 정립한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이론가였던 막스 에른스트의 1929년 작품이다. 에른스트는 이 작품에서 이미지뿐 아니라 서사의 콜라주까지 도전한다. 각각 도판 아래 적힌 위의 문장들은 처음과 끝이 있는 이야기를 이루지만 통상적인 내러티브 구조에서 벗어나 있다. 어떤 불길한 사건이 일어났음을 암시하는 첫 문장의 그림과 “끝 그리고 계속”이라고 끝나는 마지막 문장의 그림이 같은 것도 영원히 끝나지 않는 서사라는 걸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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