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화가 난 남자로 살지 않으려면

등록 2019-06-14 06:00수정 2019-06-14 19:38

상담·치료 사례로 화난 남자 다뤄
“화가 났다는 것 모르는 남자 많아”
화나게 한 이유 남자 내면에 있어
“시대에 맞는 남자의 역할 수용해야”
비욘드 앵거
토머스 J. 하빈 지음, 김소정 옮김/교양인·1만6000원

자가 진단을 해보자. 분노를 측정하는 ‘분노 지수 자가 진단표’로, 레이먼드 노바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심리학과 교수가 개발했다. 문항에 화가 나거나 약이 오르는 정도를 ‘거의 안 난다’(1점)에서부터 ‘아주 많이’(5점)까지 점수로 매기는 방식이다. 문항은 “식당에서 종업원을 기다리고 있다. 15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물 한 잔 가지고 오지 않았다” “한참 논쟁을 하다가 상대방이 나에게 ‘멍청한 자식’이라고 욕을 했다” 등 모두 80개인데, 다들 열받게 하는 상황들이다. 점수를 더해 구한 총점에 따라, ‘분노 조절을 잘하고 있는 것이니 분노 때문에 문제될 일은 없다’(220점 미만), ‘아주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수준이다’(220~280점), ‘아주 심각한 수준으로 즉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280점 이상)로 결과가 나온다. 점수를 매겨 더하니 242점. 즉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니 일단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남자가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은 여자보다 훨씬 폭력적이다. 그런데도 남자는 여자와 달리 자기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조절할 의지가 크지 않다.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남자가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은 여자보다 훨씬 폭력적이다. 그런데도 남자는 여자와 달리 자기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조절할 의지가 크지 않다.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비욘드 앵거>는 화가 난 남자들을 다룬 책이다. 저자인 토머스 하빈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화가 난 남자들을 상담하고 치료해온 임상심리학자다. 자신의 경험과 상담·치료를 했던 분노한 남자들의 사례들을 통해 화가 난 남자들의 특징과 분노가 일으키는 파괴적 결과들을 설명하고, 화가 난 남자로 살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개인한테도 문제지만 “남자가 훨씬 막강한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한, 분노한 남자들이 일으키는 문제는 사회 구성원 전체에 엄청난 타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가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은 여자보다 폭력적이다. 그런데도 “일반적으로 남자는 여자와 달리 자기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조절할 의지가 크지 않다.”

저자는 화를 내는 것과 화가 나 있는 것은 다르다고 한다. 항상 화가 나 있는 사람, 그리고 분노가 표출되는 방식이 문제다. 그런데 “화가 났으면서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모르는” 남자가 많다고 한다. “너무 오랫동안 화를 내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자기 감정이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분노가 표현되는 모습은 다양하다. 화를 퍼붓는 남자, 꾹꾹 참는 남자, 끊임없이 투덜대는 투덜이,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는 법 없이 남의 잘못을 지적질하는 남자…. 가장 불행한 유형은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다.

화가 났으면서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모르는 남자들이 많다. 너무 오랫동안 화를 내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자기 감정이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화가 났으면서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모르는 남자들이 많다. 너무 오랫동안 화를 내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자기 감정이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화가 늘 논쟁으로 바뀐다면 화가 나 있는 것이며, 입에 욕을 달고 사는 것도 화가 나 있다는 뜻이다. 가족과 잘 지내지 못하고, 친한 친구가 아주 적거나 전혀 없고, 만나자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아마도 분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직장이나 사교 모임에서 지나치게 경쟁을 하거나, 비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거나,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거나, 완벽주의자라거나, 제대로 쉬지를 못하거나, 자기 의견보다 다른 사람의 견해가 더 타당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다면 역시 문제가 있다는 신호이다.”

화가 난 남자를 살펴보면 가족의 모든 남자가 분노 조절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화난 아버지가 화난 아들을 만든다. 도발적으로 변하는 사회도 화를 북돋운다. “모든 일에서 ‘상대’를 이기고 모욕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문화는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분노를 부추긴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는 내가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가까이 있다. “두려움은 특히 분노 문제가 있는 남자들을 강타한다. 이 두려움은 강렬한 수치심을 유발하기 때문에 남자들은 자기가 잘못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을 때조차 절대로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화가 난 남자들은 자신의 약한 면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는 감정을 죽이고, 자제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기가 상황을 통제해야만 강하다고 느끼고 불안을 숨길 수 있는 탓이다. 그래서 낯선 사람이나 상황을 꺼리는데, 이는 열등감의 표현이다. 가족을 통제하는 데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남들의 적절한 비판을 엄청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부정적인 부분을 찾아내서 강조하고 긍정적인 부분을 피하고 축소한다.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기를 꺼린다.

화가 난 남자들은 타협의 기술도 없다. “화가 난 남자들은 아내나 여자 친구가 두 사람 사이의 문제를 의논하려고 이야기를 꺼내면 자기를 비난한다고 느끼고 곧바로 방어 태세를 취한다. 방어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 번째 반응은 성급하게 말다툼을 하는 것이다. (…) 두 번째 반응은 침묵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자기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면 실망하고 더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고 입을 닫는 남자들이 많다. 그들은 한 번 침묵하면 며칠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화가 난 남자들은 주로 여자들을 공격한다. 힘의 차이가 크다. “여자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여자들이 남자의 행동을 참고 견딜 때가 많다는 데 있다.” 남자의 분노 때문에 가장 심하게 고통을 겪는 사람이 곁에 있는 여자들이다. “화가 난 남자 곁에 있는 여자가 가장 분명하게 알아야 할 점은 남자가 화를 낸다고 해서 자책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남자의 비위를 맞추려 하면 남자는 마음껏 화를 내며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람이 된다. 저자는 남자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여자의 노력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남자를 화나게 하는 이유는 남자의 내면에 있기 때문에 남자만이 바꿀 수 있다.”

저자는 자신에게 분노 문제가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자신을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모욕하고 있다는 자각도 없이 하루에 몇 번이나 자기 자신을 나무라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이밖에도 자기 감정을 털어놓으려 노력하고, 가족 내에서 맡은 역할을 거부하는 등 여러 조언을 한다.

무엇보다도 유연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의 전통적인 남자다움, 남자의 일, 남성성의 개념은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다. 한때는 두 성 가운데 한 성에만 부여했던 권리와 의무들을 이제는 공평하게 나눌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다.” 많은 남자들에게 이런 변화는 당혹스럽고 두려울 수 있다. 그러나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새로 정의된 남자의 역할을 받아들이면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게 되고 화도 덜 날 것이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해품달’ 송재림 숨진 채 발견…향년 39 1.

‘해품달’ 송재림 숨진 채 발견…향년 39

OTT 불법 스트리밍으로 거액 챙긴 ‘누누티비’ 운영자, 결국 잡혔다 2.

OTT 불법 스트리밍으로 거액 챙긴 ‘누누티비’ 운영자, 결국 잡혔다

연말 ‘로코’에 빠져든다, 연애세포가 깨어난다 3.

연말 ‘로코’에 빠져든다, 연애세포가 깨어난다

천만 감독·천만 배우·300억 대작, 썰렁한 극장가 달군다 4.

천만 감독·천만 배우·300억 대작, 썰렁한 극장가 달군다

두 달만 참으면 2배 이상인데…민희진, 이달 초 이미 풋옵션 행사 5.

두 달만 참으면 2배 이상인데…민희진, 이달 초 이미 풋옵션 행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