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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즐겁고 안전한 섹스는 ‘인권’

등록 2019-06-14 06:00수정 2019-06-14 19:53

여자들의 섹스북
한채윤 지음/이매진·1만3000원

더 늦기 전에 재출간 되어 다행이다.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여성의 몸을 다루는 텍스트는 늘 부족했고, 그래서 더 귀하다. 섹스에 대한 말하기는 더욱 그렇다. ‘섹스’는 으레 남성중심적인 삽입 섹스로 통용되고 ‘여성의 몸’은 임신과 출산을 위한 것으로 여겨지는 지형 안에서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성적 주체’로서의 여성은 사라진다. 여성의 몸과 섹스에 대한 논의는 100년도 더 전, 클리토리스 오르가슴과 질 오르가슴을 ‘성숙도’를 기준으로 나눴던 프로이트의 헛발질에서 크게 나아가지 않았다.

<여자들의 섹스북>은 이런 갈급증을 해소해준다. 피임과 임신에 대한 이야기 없이 온전히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몸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2000년 1월 출간됐던 <한채윤의 섹스말하기>의 개정판 격이지만, 레즈비언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을 위한 책으로 그 범위를 확장했다.

폭넓고 섬세하다. 오르가슴의 원리, 다양한 체위와 성감대, 섹스토이를 고르고 즐기는 법은 물론이고 자궁·유방 관련 질병까지 다룬다. 관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전희와 행복의 여운을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하는 후희에 대한 상세한 기술도 빼놓지 않았다. 무엇보다 강점은, 관점의 전환을 일으킨다는 데 있다. “생식기와 성기를 분리해서 바라봐야 한다”거나 “섹스의 핵심원리는 받는 쪽이 주도”하는 것이란 이야기처럼 말이다. 삽입하는 쪽이 주도한다는 남성중심적 해석에서 벗어나란 얘기다.

나 자신을 더 사랑하기 위해, 내가 먼저 읽고 사랑하는 사람과 한 번 더 같이 읽고 싶은 책이다. “모든 섹스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자 전제 조건이자 황금률은 ‘합의’”라는 것, “섹스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폭력적인지 아닌지, 평등한지 아닌지, 즐거운지 아닌지”라는 것, 그러니 “즐겁고 안전하고 건강한 섹스는 인권”이라는, 이 당연한 명제를 잊지 말리니.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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