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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가 한반도 안정 도움될 수도

등록 2005-12-22 18:03수정 2005-12-23 15:03

동아시아는 지금
현재 미국 안보정책의 근간인 본토 방위, 경제 번영, 민주주의 촉진이라는 세 가지 주요 국가 이익 가운데 어느것도 한미방위조약이나 미군의 한국 주둔이 전제돼야 달성되는 건 아니다. 미군이 일본, 괌, 그리고 태평양지역에 배치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지 않는다고 해서 세계의 돌발사태에에 유연하게 대처하는데 필요한 원정기지를 확보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위태로와질 리도 없다. 미군 철수를 바라는 한국인들이 다수를 차지하게 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판에, 자극적 불안요인을 없애는 미군 철수는 오히려 한-미 간의 경제적·전략적 관계를 더 다져줄 것이다.

나아가 미군 철수가 한반도 통일을 촉진하고 이 지역의 고질적 안보위협 요인인 북한문제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중국으로선 미군 없는 통일한국이 북한보다 더 좋은 완충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한국의 대륙세력과 미국-일본의 해양세력 간 균형 아래 동북아시아 정세를 안정시키는 게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이런 ‘빨갱이같은’ 얘기를 한 사람은 미 육군전쟁대학 아시아연구소 소장인 김지열 대령이다. <오마이뉴스>에 전재된 김 대령의 <저팬 포커스> 기고문(The Minefield of South Korean-U.S. Relations, 12월13일 게시)에서 김 대령은 이런 인식전환의 배경에는 한국 정치가 중대한 전환기에 처한 현실이 자리잡고 있고, 그것은 세대 교체, 냉전 종식, 민주화, 그리고 한국인들의 점증하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고 썼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단층, 세계관의 격차를 조성하고 있는 요소는 한민족주의와 반열강주의(anti-Great Power-ism)의 대두다. 열강들의 각축전, 일제 식민지배, 권위주의 군사독재정권을 겪은 지난 1백여년의 역사와 그로 인한 한국인의 희생을 더 이상 용납하지 말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열망과 연결돼 있는 한민족주의와 반열강주의는 과거에도 존재했으나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해지고 있다. 전후 세대에게 북한은 적이 아니라 열강한테 함께 희생당한 동족이며, 미국은 결코 ‘은혜의 나라’가 아니다.

한국사회 변혁의 중심에는 바로 세대 교체가 자리잡고 있다. 진보-보수니 극좌-극우, 빨갱이-파랭이 따위의 기성 개념보다 세대 교체가 한국사회 변화를 이해하는 데 훨씬 더 유용한 키워드(열쇠말)다. 무참한 동족상잔의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지니지 않은 전후 세대가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전쟁 세대는 사라져가고 있다. 이 사실을 외면하는 어떤 정치세력도 한국에서 승자가 될 수 없다. 북한을 적으로 돌리고 미국에 의존해서는 점점 더 승산이 없어진다.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까지 고려하는 발상전환을 하지 않는 한 한-미동맹은 물론 동아시아에서의 자국이익도 지켜낼 수 없게 될 것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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