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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참외씨야, 부디 맛난 참외가 되렴

등록 2019-06-21 05:59수정 2019-06-21 20:04

모험심 강한 참외씨의 탈출
흙으로 가는 길은 무사할까
계절감 돋우는 여름 그림책
대단한 참외씨
임수정 글, 전미화 그림/한울림어린이·1만3000원

산에 들에 뽕나무 열매인 까만 오디와 새빨간 앵두 등이 익어가고, 땅 위에는 동글동글 참외와 수박이 노란빛, 초록빛을 뿜으며 여름 계절을 열고 있다. 아이와 함께한 둘레길 나들이에서나 바깥놀이 뒤 깎아먹는 노란 참외의 달콤한 맛은 입을 즐겁게 한다.

<대단한 참외씨>는 초여름의 계절감을 한껏 돋우는 시원한 그림책이다. 샛노란 빛깔의 커다란 참외 표지는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마음처럼 밝고 가볍다. 참외를 한 입 베어물며 퍼지는 과즙에 넋을 놓고 있을 때, 어떤 ‘사건’이 벌어진다. 입 속으로 빨려들어가지 않고 흘러나온 어떤 참외씨의 탈출. 네댓 살 아이의 상상력에 맞춤한 모험담이 펼쳐진다. 조그맣고 여린 참외씨가 과연 험한 세상을 무사히 통과해서 맛있는 참외로 영글 수 있을까? 참외라는 한해살이 덩굴식물의 생태그림책으로 그려졌을 수도 있을 이야기는 참외씨의 모험과 성장 이야기로 버무려져 어린이 독자를 불러모은다.

“먼지 할아버지, 흙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철이 입가에 매달렸다 옷소매로 뛰어내려 팔꿈치로 숨은 참외씨의 물음에 할아버지는 흙 속으로 가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말한다. “참외씨 살려!” 고양이 꼬리에 톡, 나비 날개에 매달려 흔들흔들, 세상은 참외씨를 가만두지 않는다. 풀숲에 떨어져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는데, 배고픈 새가 놓칠 리 없다. “아악! 안……돼.” 외마디 비명에도 새한테 먹히고 만다. 찌익 하늘에서 떨어진 똥과 함께 땅으로 낙하한 참외씨는 드디어 땅속으로 스며든다.

이제는 괜찮을까? 향기로운 흙냄새에 취해 있으려니 이번엔 쥐가 노린다. 안간힘을 다해 틔운 싹은 뜨거운 태양 아래 목마름을 견뎌야 한다. “으싸, 으.” 씩씩한 참외씨는 자기주문을 건다. 세찬 바람에 잎사귀가 쓸려나갈 위험에도, 차가운 빗줄기에 덩굴이 아파도 “나는야, 대단한 참외씨”라 노래부르며 견딘다. 먼지, 별빛, 햇빛, 비, 달빛 등 온 자연의 도움을 받은 참외씨는 마침내 세상에 단단하게 뿌리내린다. 참외씨의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식물의 한살이, 자연의 순환과 생태를 자연스레 알게 된다. 아이는 어느새 자연이 응축된 달콤한 맛, 참외 한 알이 주는 그 숭고한 맛까지 깨달을지도 모른다.

임수정 작가는 어느 여름날 세탁기 거름망에서 싹을 틔운 참외씨를 만났다. ‘척박한 곳에서도 씩씩하게 싹을 틔운 참외씨의 간절한 꿈은 뭘까’ 하는 생각이 이야기 씨앗이 됐다고 한다. 책은 제각각의 꿈을 찾아 세상으로의 탈출을 감행하는 어린 ‘참외씨’들을 응원한다. 화단이나 화분에 참외씨를 심어 싹을 틔워 보는 독후활동도 좋겠다. 4~7살.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그림 한울림어린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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