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습지에 남겨진 한 소녀의 이야기

등록 2019-06-21 06:02수정 2019-06-21 19:58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살림·1만6000원

“카야, 조심해. 꼭. 누가 와도 절대 집 안에 들어가지 마. 널 잡아갈 수도 있어. 습지 깊은 데로 도망가서 덤불에 꼭꼭 숨어. 발자국 지우는 거 잊지 말고. 오빠가 가르쳐줬잖아. 너도 아버지를 피해서 숨을 수 있어.”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집을 떠나는 오빠. 오빠는 떠나기 전 집에 홀로 남을 6살짜리 여동생 카야에게 이렇게 말한다. 낡은 오두막집 주변에 펼쳐진 너른 해안 습지는 카야에게 마지막 피난처다. “더럽게 뜨거운 낮을 하루 더 견뎌낸 개구리와 도마뱀들의 텁텁한 숨결, 습지가 낮게 깔린 안개로 바짝 다가왔고 카야는 그 품에서 잠이 들었다.”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스의 해안 습지를 배경으로 한 소녀의 성장담이다. 일찍이 가족이 흩어진 카야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기회도 없이 습지를 벗 삼아 성장한다.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살아온 카야에게 마을 청년들이 다가오는데, 그중 한 명이 숨진 채 습지에서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재판 이야기가 카야의 성장담과 이어지며 재미를 더한다.

나뭇가지마다 유령처럼 걸린 이끼와 무른 흙, 드넓은 늪과 못에 떠다니는 물풀들.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생태학자인 저자가 미국의 해안 습지를 묘사하는 시선은 섬세하다. 소설은 미국 남부 습지의 비현실적인 풍경을 풍부하게 담으면서도 여성의 독립, 계급과 인종, 자연과 인간의 관계 등 시의적절한 화두들을 예리하게 던진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지난해 8월 미국에서 출간된 뒤 지금까지 40주나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취했나 봄’ 패러디 쏟아지고…문화·체육계도 ‘계엄 후폭풍’ 1.

‘취했나 봄’ 패러디 쏟아지고…문화·체육계도 ‘계엄 후폭풍’

12·3 계엄 ‘서울의 밤’…현실이 영화를 이겨버리네 2.

12·3 계엄 ‘서울의 밤’…현실이 영화를 이겨버리네

출판인회의 “출판의 자유 압살 윤석열을 규탄한다” 3.

출판인회의 “출판의 자유 압살 윤석열을 규탄한다”

연예계도 계엄 여파 ‘혼란’…두아 리파 내한공연 두고 문의 빗발 4.

연예계도 계엄 여파 ‘혼란’…두아 리파 내한공연 두고 문의 빗발

‘아버지’ 된 정우성 “아들 책임 끝까지…질책은 안고 가겠다” 5.

‘아버지’ 된 정우성 “아들 책임 끝까지…질책은 안고 가겠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