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경 지음, 정지윤 그림/문학과지성사·9000원 “근데 너희 버드대디 말이야.” “뭔 대디?” 딱지 대장 주유의 라이벌 동탁이 말하는 버드대디는 뭘 말하는 걸까? 어른보다 아이가 더 빨리 맞출 이 알쏭달쏭한 단어의 뜻은 새(버드) 아빠(대디), 엄마의 결혼으로 생긴 아빠다. 착하긴 하지만 여전히 낯설고, 무엇보다 매일 밤 “엄마 옆에서 조잘대다가 잠들던” 아이의 잠자리를 빼앗아간 사람이다. 화가 나도, 딱지가 잘 안 맞아도 아저씨(새아빠) 탓을 하게 되는 주유 앞에 “딱지 도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할아버지가 나타난다. 할아버지에게서 따온 딱지를 집에 와서 힘껏 치자 갑자기 딱지에서 푸른 빛이 나오면서 홀로그램처럼 글씨가 뜬다. ‘새아빠를 집에 못 들어오게 하는 방법’. 이혼과 재혼 등으로 가족이 재구성되는 일은 이제 드물지 않지만, 그렇다고 새 가족이 꾸려지는 과정에서의 스트레스가 옅어지는 건 아니다. 특히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과정을 겪어야 하는 아이들의 심적 부담은 어른들보다 훨씬 크다. 엄마와 둘이 살다가 갑자기 아빠를 갖게 된 주유는 착한 새아빠에게서 딱히 큰 트집을 잡을 거리는 없지만 자신이 독차지하던 엄마의 옆자리를 빼앗겼다는 상실감에 늘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다. 작가는 이런 아이의 마음 깊숙이 성큼 들어가는 대신 판타지 방식을 빌려와 아이의 어렴풋한 감정들을 은근하게 보듬어간다. 새아빠가 사라지길 간절히 바란 건 아니지만 딱지의 마법인지, 갑자기 여행을 떠난 새아빠. 하지만 기쁨도 잠시, 새아빠의 귀가가 하루이틀 늦어질수록, 아이는 예상하지 못했던 걱정에 불안해진다. 옆에 있을 때는 성가시기도 하지만 막상 떠나 있을 때 그 부재가 더 크게 느껴지는 가족의 의미를 저도 모르게 깨달아가는 것이다. 더불어 가족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빈구석을 이해해 나가면서 완성되는 것임은 특정 형태가 아닌 모든 가족의 구성원들이 되새겨 보아야 할 메시지다. 초등 3~4학년.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