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승효상의 <건축이란 무엇인가>
인터뷰/<건축이란 무엇인가> 공저자 건축가 승효상씨
“건축은 기술도, 예술도 아닙니다. 건축은 단지 하이테크가 아닐 뿐더러 거대한 조각품도 아닙니다. 오히려 건축을 기술이나 예술로 보는 인식이 건축의 본래 뜻을 왜곡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삶을 공간적으로 어떻게 조직하느냐가 바로 건축이니까요, 그래서 건축을 하려면 우리 삶을 먼저 이해해야죠.”
건축을 말하는 건축가 11명의 성찰과 사유를 담은 <건축이란 무엇인가>(열화당 펴냄)의 대표 저자인 승효상(52·‘이로재’ 대표)씨는 21일 “그렇기에 건축은 인문학이다”라고 말했다. ‘건축은 인문학’이라는 그의 건축 철학은 책의 글에서 좀더 분명하다. “건축은 집을 짓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집은 하부구조이며 그 집 속에 담기는 우리들의 삶이 그 집과 더불어 건축이 된다. 그러하다. 우리의 삶을 짓는다는 것이 건축의 보다 분명한 뜻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좋은 건축의 목표는 무엇일까. 당연히 우리 인간의 삶의 가치에 대한 확인이다. 우리들의 선함과 진실됨과 아름다움을 날마다 새롭게 발견하게 하는 건축이 참 좋은 건축임에 틀림없다.”(16쪽)
그가 1993년부터 내세워온 ‘빈자의 미학’도 독특한 건축의 바탕이 돼왔다. “비록 건축은 결국 집 지을 돈을 가진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가난할 줄 아는 삶’을 살도록 권합니다. 나눠 쓰고 함께 쓰고 남보다 적게 가지려고 하는 마음을 건축물에 담아내려 합니다. 내 집과 옆집들의 어울림, 더불어 삶은 건축의 공공성과 윤리이기도 하죠.“ 그래서 그는 내 것을 지키려는 건축주들과는 많이도 싸우고 계약 파기도 여러 번 경험했다고 한다. “이젠 그런 건축을 바라는 건축주들만이 주로 찾아오죠.”
건축물과 우리 삶의 긴밀한 상호작용에 눈을 돌리는 그에게, 행정중심도시 건설과 청계천 복원 사업은 한참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으로 비친다. 그는 지금 행정중심복합도시추진위원회의 민간 추진위원이며, 또 1995년엔 신문 칼럼을 통해 청계천 복원을 일찌감치 제안하기도 했다.
“청계천은 생태를 복원한다지만, 정확히 말해 ‘세계 최대의 인공 분수’일 뿐입니다. 청계천 주변을 고층 건물들로 개발하려는 계획은 너무도 실망스럽습니다. ‘600년 고도’인 서울이라는 전체 공간에서 볼 때 청계천은 서울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인데 그걸 살리지 못하니 말이죠.” 행정중심도시는 또 어떻게 바라보나? “50만명의 도시라면 그건 이미 보편적인 도시입니다. 그 안에 살 50만명의 삶을 배려하는 도시계획이 되어야 하는데 건축보다는 개발에, 생활보다는 행정중심에 더 초점을 맞춰 안타깝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들인 11명의 건축가들은 ‘반복과 차이로서의 건축’(정기용), ‘건축, 미학에서 윤리학으로’(민현식), ‘건축은 현실의 번역이다’(김준성) 등 11편의 글을 통해, 건축과 삶, 기억, 머무름. 회귀, 일상 따위에 관한 다양하고도 풍성한 생각들을 쏟아낸다. 그 “귀하디 귀한 울림”을 따르다보면, 건축은 차가운 시멘트·철골의 구조물이 아니라 우리가 회귀해 거주할 곳, 삶을 담아내는 일상의 제안, 땅을 점유하기보다 땅과 일체가 되는, 그런 따뜻하고도 친근한 존재로 나타난다.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건축이란 무엇인가> 공저자 건축가 승효상씨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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