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미·노신회 지음/혜화1117·1만6500원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30대 이상 여성이라면 캐나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1908년 발표한 책보다 이 노래로 <빨간머리 앤>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1980년대 한국 티브이에서 방영된 <빨간머리 앤>(일본 애니메이션)은 당시 소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고아였지만 거친 세상에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면서 자연과 친구를 사랑한 앤 셜리. 초록 지붕 집 2층 창문에서 턱에 손을 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앤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인기 짤’이다. <우리가 사랑한 소녀들>에는 앤을 비롯해 캔디, 삐삐, 도로시, 앨리스, 인어공주 등 익숙한 이름이 많이 나온다. 지금은 ‘어른’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이 어린 시절 만난 동화, 애니메이션, 만화, 그림책 속 여성 주인공들을 불러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해석한다. 분석과 비판보다는 애정과 추억이 밑바탕에 깔렸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50대 엄마(일간지 문화부장), 20대 딸(대학생)이란 점이다. 자연스럽게 50대와 20대의 시선이 투영됐다.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를 두고 연민하는 동시에 권위적이지 않은 리더십에 주목한 50대 엄마와 달리, 20대 딸은 어려운 순간에도 반려견을 보살피거나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품성을 부각시키며 ‘반려견 책임상’ 등 상장을 만들어 시상식을 한다. 같은 주인공을 놓고 때로는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때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모녀의 시선이 이 책의 매력이자 재미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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