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제 글·그림/솔·2만5000원 이달 21일(협정세계시 기준)은 미국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인류 최초로 발을 디딘 지 꼭 50년이 되는 날이다. 수십억년을 지구 중력 속에 살아온 생명 가운데 하나가 박차고 날아올라 다른 천체에 우뚝 선 것은 기적이라 할 만한 일이다. 그 바탕은 상상력이었다. 기적이 현실이 되려면 누군가 앞서 그 기적을 꿈꾸었어야 한다. 달세계 여행을 꿈꾼 대표 작품으로 쥘 베른의 고전 과학소설 <지구에서 달까지>가 꼽힌다. 1865년 작이다. 그보다 훨씬 뒤지지만 구체적인 과학 지식으로 달 탐험을 근사하게 그린 만화가 있다. 인류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해 특별 한정판으로 나온 <달에 간 땡땡>이 바로 그 작품이다. 암스트롱이 달을 밟기 15년 전인 1954년 작이다. 땡땡은 벨기에 만화가 에르제(본명 조르주 레미·1907~1983)가 평생을 바쳐 그린 연작 <땡땡의 모험>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호기심 많고 재기 넘치는 소년 기자다. 사막, 극지방, 바닷속 등 세계 곳곳을 누비는 땡땡의 모험의 영역을 지구 밖으로 넓힌 16권 <달탐험 계획>과 17권 <달나라에 간 땡땡>을 합쳐 이번에 <달에 간 땡땡>으로 출간한 것이다. ‘유럽 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르제의 작품인 만큼 그에 걸맞은 수준을 지녔다. 우선 재밌다. 얼떨결에 탐사에 휘말린 다혈질 술고래 아독 선장, 반 귀머거리 천재 과학자 해바라기 박사, 냉소적인 강아지 밀루와 사고뭉치 뒤뽕 형제까지 등장 인물 사이 하모니가 매력 넘친다. 동시에 최초 달 탐사를 둘러싸고 음모를 꾸미는 의문의 세력이 등장해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에르제는 여기에 과학 꿈나무를 배려한 엄밀함까지 놓치지 않았다. 옛 작품 <지구에서 달까지>의 경우 큰 포탄을 쏘아 달까지 가겠다는, 지금으로선 황당한 내용이지만(물론 그것이 로켓이란 상상의 밑돌을 놓았다) 이 작품에는 현대 어린이에게도 유익한 과학 지식이 많다. 초등 1~6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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