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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도올이 해우소에서 건져올린 깨달음

등록 2019-08-02 06:01수정 2019-08-02 21:02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도올 김용옥 지음/통나무·1만5000원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 기독교와 불교, 신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극한 이치를 찾는 데 매달렸던 도올은 실제로 스님 생활을 체험하지 않으면 불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에 끌려 천안 광덕사로 들어갔다. 어느날 우연히 해우소에 갔다가 밑씻개용으로 놓여 있던 반야심경을 발견한 그는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단 260개의 문자로 이뤄진 짧은 경전이었지만, ‘싯달타가 깨달았다는 12연기의 무명도 없으며 고·집·멸·도 또한 없다’는 철저한 무(無)의 철학이 압축돼 있었다.

도올은 특유의 격정적이고 직설적인 어법으로 한국 불교의 역사를 더듬어가며 반야심경의 제목이 되는 ‘반야바라밀’의 의미를 풍성하게 풀어놓는다. 완전한 최고의 지혜를 일컫는 반야바라밀은 피안, 즉 깨달음의 세계로 건너가는 것이다. 싯달타의 가르침을 따르는 초기불교에 이어 부처 입적 이후 수백년 뒤 재가자(보살)들 사이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솟아난 종교운동, 즉 대승불교는 이 반야바라밀을 중심에 내걸고 대중운동을 전개했다.

도올은 임진왜란 때 분연히 떨쳐 일어나 왜구와 맞선 서산대사·사명대사로부터 시작해 경허, 만공, 그리고 가까이는 명진에 이르기까지 한국 불교의 근본을 세우고 지킨 이들을 소개하면서 반야사상의 실천적 의미를 되새긴다. 반야사상을 토대로 한 대승불교를 ‘보살혁명’이라고 명명한 도올은 이 혁명의 주체들을 향해 우리들의 귀에 익숙한 이 구절을 바친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보리 사바하”. 책을 덮고 나면, 반야심경의 이 마지막 문장이 얼마나 풍요로운 은총의 헌사인지 깨닫게 된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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