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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풋풋하고 먹먹했던 열세 살의 삼각관계

등록 2019-08-02 06:01수정 2019-08-02 21:11

열세 살의 여름
이윤희 만화/창비·2만원

내 열세 살의 여름이 어땠더라? 어느 바닷가에서의 여름 휴가를 포착한 듯한 표지 앞에서 성인 독자라면 한번쯤 떠올릴 생각이다. 많은 아이들이 지금보다는 사교육과 경쟁에 덜 치였을 이삼십년 전 열세 살의 여름은 느리게 흘러갔을 터이다. 빈둥빈둥 하염없는 시간과 막 싹 튼 이성친구에 대한 관심, 매일 교환일기를 주고받는 친구에게도 머뭇거리게 된 작은 비밀의 탄생. <열세 살의 여름>은 천방지축 뛰어노는 나이를 지나 어른들의 대화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지만 마음을 드러내는 법도 숨기는 법도 미숙했던 열세 살의 성장담을 그린 만화다.

여름방학을 맞아 가족과 떨어져 멀리서 일하는 아빠를 만나러 간 해원. 아빠가 지내는 바닷가 근처를 산책하다가 우연히 같은 반 산호를 만나 머쓱하게 헤어지지만 어느 순간 산호는 해원의 마음 속으로 쑥 들어온다. 개학과 함께 초등학교의 마지막 학기를 보내게 된 해원은 단짝 진아에게도 고백하지 못한 마음을 쌓아가는데 반장 우진의 짝이 되면서 우진이를 좋아하는 여학생들의 무리에게 미움을 받게 된다.

만화를 연재했던 어린이 잡지 쪽에서 ‘아이들의 연애’에 대해 그려달라는 제안을 받은 작가는 아마도 자신이 열세 살 즈음이었을 1998년으로 돌아가 풋풋하고 싱겁지만 당사자만큼은 떫고 시고 달았을 열세 살의 ‘삼각관계’를 그렸다. 우정과 연애 감정 사이에서 한발 나아갔다 머뭇거렸다를 반복하는 해원과 산호의 이야기에 끼어드는 우진의 철없지만 애틋한 짝사랑, 우진이를 바라보는 려희의 새침한 질투도 보는 이를 짠하게 만드는 진심이 느껴진다. 수줍은 연애담의 갈피에는 아이엠에프(IMF) 사태로 인한 아빠의 실직 등 당시 시대상들이 담겨 성인 독자들에게는 더 풍부한 독후감을 남긴다. 학원으로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유튜브 속 세상에 열광하는 2019년의 열세 살들은 이 만화를 어떻게 볼까? 딸이나 조카에게 읽힌 뒤 그들의 독후감을 꼭 듣고 싶어지는 작품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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