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아 지음/플루토·1만7000원 커튼 모양으로 밤하늘을 가로질러 출렁이는 초록색의 경이로운 빛.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할 만큼 신비롭고 매력적인 오로라를 두고 이누이트족은 저승에 영혼이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방황하는 여행자를 안내하는 영혼의 횃불이라고 믿었다. 인생의 버킷리스트에 담아 둔 오로라 헌팅을 위해 극지방을 찾은 이들은 어렵사리 잡은 기회를 놓칠까 전전긍긍한다. 하루이틀 허탕을 치고 나면, 휘파람을 불면 가까이 다가오고 개 짖는 소리에 사라진다는 그곳 원주민들의 이야기가 더 솔깃해진다. 과학은 그때 비빌 언덕이 된다. 오로라의 성지인 캐나다, 북유럽 등에선 일기예보뿐만 아니라 오로라 지수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어느 지역을 어떤 시간대에 찾아가야 오로라를 볼 확률이 높은지를 0~9등급으로 분류해 안내한다. 태양풍과 지구 자기장의 상호작용인 오로라는 태양 활동이 활발할수록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난다. 강한 태양풍에 지구까지 밀려온 입자들이 두께가 얇은 극지방의 지구 자기장을 뚫고 대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면 초록색을, 질소와 부딪치면 붉은색을 띤다. <우주날씨 이야기>는 오로라를 비롯해 지구에 사는 우리에게 태양이 미치는 여러 영향에 관한 이야기다. 태양이 내뿜는 자기장과 방사선폭풍, 전파의 세기에 따라 태양과 지구 사이의 우주날씨는 달라진다.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지구날씨와 달리 통신 장애, 위성항법장치 오류 같은 간접적 현상으로 눈치를 채는 정도다. 그런데도 우주날씨를 예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단 한번의 강력한 태양 활동만으로도 전기시설과 무선통신, 인공위성과 같은 현대문명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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