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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어흠 아범!” 할아버지는 호랑이인가봐

등록 2019-08-16 05:59수정 2019-08-16 20:32

솜이네 집에 들르신 할아버지
낯설고 무섭기만 한데…
소나무 그리다 어느덧 친구!
할아버지와 소나무
이명환 글·그림/계수나무·1만2500원

엄마 아빠는 일터로 가고 아이 돌봄이 양가 ‘할마’들의 몫이 된 지 오래다. 육아에 겉돌던 할아버지들도 기저귀를 갈고 놀이에도 척척인 ‘할빠’로 진화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조손관계는 예전보다 더 밀착돼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3세대가 함께 살거나 가까이 살 때 얘기다.

<할아버지와 소나무>는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의 다가가기에 대한 이야기다. 솜이 할아버지는 ‘할빠 육아족’과 달리 멀리 떨어진 시골에 산다. 할아버지와 손녀가 일상적으로 함께하는 시간이 적다보니, 솜이에겐 낯설고 다가가기 무서운 존재다. 의외성이 주는 맛이 이 책의 매력인데, 점점 ‘실체’를 드러내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짧은 글과 굵은 붓선 너머 긴장감으로 표현된다.

계수나무 제공
계수나무 제공
그림책은 할아버지가 집에 들르면서 겪는 솜이의 마음 속 혼란 풍경을 포착한다. 솜이는 ‘할아버지가 호랑이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아니나 다를까. “어흠 아범!” 하고 호령하는 목소리와 함께 가족의 일상시계는 할아버지 중심으로 돌아간다. 할아버지는 위엄과 질서의 다른 이름. 아빠는 “할아버지께서 오셨으니 조용히 하라”는 다짐을 받는다. 아빠는 할아버지 병원 예약을 한다며 컴퓨터만 바라보고, 엄마는 부엌에서 뚝딱뚝딱 요리를 하느라 분주하다. 온통 할아버지를 챙기는 통에 솜이는 뒷전으로 밀린다. “도와주세요” 하며 엄마 아빠한테 매달려본들, 솜이는 테니스공 신세다.

계수나무 제공
계수나무 제공
솜이는 엄마 아빠의 관심을 빼앗아간 할아버지 때문에 소외감을 느낀다. 역설적이게도 이 지점에서 할아버지에게 다가갈 접점이 만들어진다. “저… 소나무를 그리고 싶어요.” 빼뚜름하게 그려진 네모선에서 길을 잃은 소나무 그리기. 할아버지는 어떤 미술 선생님보다 훌륭한 그림 솜씨를 지닌 다정한 성품의 소유자였단 사실! 의외다. 할아버지는 굽은 등을 보여주며 허리가 휜 둥치를, 주름진 손을 보여주며 소나무 껍질의 울퉁불퉁한 질감을 알려준다. 소나무잎은 “할아버지 머리처럼”, 할아버지의 신나는 붓질과 함께 소나무는 멋지게 완성된다. 그 소나무는 할아버지를 닮았다. 쓱싹쓱싹 그림을 함께 그리면서 할아버지는 어느덧 친구가 된다.

계수나무 제공
계수나무 제공
실제로 이명환 작가는 할아버지와 함께 그림을 그리며 가까워졌고 그 경험과 추억을 담았다고 한다. 눈을 시원하게 하는 마지막 장 소나무 그림은 폭염에 지친 독자에게 주는 선물인 듯싶다. 초등 저학년.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그림 계수나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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