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안 맞고 집에 가는 방법 서영 글·그림/웅진주니어·1만3000원
‘톡, 토도독, 솨~아아~.’
먹구름이 땅에 그림자를 드리우더니 어느새 빗방울이 땅을 적십니다. 장난감이 든 캡슐 뽑기를 하던 아이는 세찬 빗소리에 캡슐을 한 아름 안고 ‘무지개 문구점’을 나섭니다. 우산도 없고 집에 아무도 없지만 아이는 씨익 웃으며 ‘괜찮아!’라고 외칩니다. 아이는 비 안 맞고 집에 가는 특별한 비법을 알고 있습니다.
물기를 꽉 짠 먹구름에 나무줄기를 우산대로 이어 붙여 써도 되고, 벼락 맞은 나무를 뒤집어써도 되거든요. 개구리와 새, 거미 집을 빌려 쓰고 다니는 방법도 있어요. 참고로 비를 피하는 데에는 멍멍이집이 최고예요. 운 좋게 하마를 만나면 크게 벌린 입 사이로 쏙 들어가 앉아도 돼요.
사과상자를 머리에 얹고 가던 아이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온몸이 흠뻑 젖었어요. 훌쩍훌쩍 눈물을 흘리던 아이 앞에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친구가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내밉니다. 아이는 웃음을 되찾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깜짝 도우미는 누구일까요. 힌트는 뽑기 캡슐에 있답니다.
혼자라도 괜찮다며 아이가 자신을 토닥일 때는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문제를 당당하게 마주하는 아이의 용기와 비를 피하는 통통 튀는 상상력은 우리를 미소 짓게 합니다. 빗길을 가르는 아이의 유쾌한 발자취가 먹구름 가득한 날을 밝은색으로 물들여놓습니다. 아이가 빗속에도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내 곁을 지켜주는 존재가 어딘가에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비 오는 날 ‘먹구름 우산’이나 ‘하마 우산’ 한번 써보실래요. 유아.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그림 웅진주니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