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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미국인이 그린 제주 해녀들의 삶

등록 2019-08-16 06:01수정 2019-08-16 20:26

해녀들의 섬
리사 시 지음, 이미선 옮김/북레시피·1만7000원

“바다에 들어가는 모든 여자는 등에 관을 짊어지고 가는 겁니다.” 1938년, 제주의 해녀 공동체에 들어가게 된 열다섯 ‘애기 해녀’인 영숙과 미자에게 ‘선배 해녀’들은 단단히 이른다. 해녀 대장이었던 어머니의 자리를 물려받을 예정이었던 영숙, 그리고 친일부역자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었던 친구 미자. 마치 운명처럼 해녀의 삶에 들어선 두 여성의 우정과 갈등이 소설 <해녀들의 섬>의 중심 내용이다.

일제강점기와 4·3사건, 한국전쟁을 정면으로 마주한 이들의 삶은 여성이기에 더 굴곡지다. “어머니는 혹시라도 나 혼자 있을 때, 군인이건 민간인이건 일본인을 보게 되면 도망쳐서 숨으라고 항상 일렀다. 그들이 많은 제주 여자들을 겁탈했다고 한다.” 4·3사건 당시 영숙은 군부에 의해 단 몇 초 만에 남편과 아들을 잃고, 이 과정에서 자신을 도와주지 않은 미자에게 증오심을 품는다. 3년 뒤 전쟁까지 겪은 영숙은 이렇게 말한다. “누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매일매일, 매달, 죽음을 보고 죽음의 냄새를 맡으며 어머니들은 여전히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고, 달래려고 애썼다.”

소설은 미국인 저자가 2016년 제주도를 방문해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인터뷰를 거쳐 탄생했다. 일본의 극심한 수탈에 맞서 저항하고, 거듭된 학살과 전쟁에도 불구하고 척박한 제주의 땅을 다시 일구는 등 제주의 해녀들은 주체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영숙과 미자의 갈등을 통해 드러낸 ‘용서’의 키워드는 저자가 던지는 또 하나의 메시지다. 책 곳곳에 제주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다룬 세심함도 눈여겨볼 만하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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