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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닮은꼴 심리세계, 다른꼴 발현양태

등록 2005-02-04 18:52수정 2005-02-04 18:52

사람 vs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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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vs 사람 \\
이명박·박찬욱·심은하·김민기…
달라보이는 유명인 짝지어
공통점 차이점 분석
똑같은 부성 콤플렉스라도
박근혜, 아버지에 갇혀 혼돈
문성근, 아버지 열고 세상으로

현상 너머에 본질이 있다. 표층을 움직이는 심층이 있다. 그 분석적 세계인식을 사람에게 적용해 보자. 외면을 규정하는 내면이 있다. 한 인간의 활동과 발언을 내부에서 자극하고 관리하는 무의식적 심리 기제가 있다. 드러난 양상이 아무리 다채로워도 그것들을 일관되게 설명해주는 내면의 열쇳말이 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사진 왼쪽)씨는 유명한 사람들의 심층심리를 추적해 그들의 인격과 개성을 설명하는 데 능한 사람이다. 〈남자 vs 남자〉는 아주 달라 보이는 두 사람을 짝으로 대비시켜 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심리학적 프리즘을 통해 살핀 책이었다.


〈사람 vs 사람〉은 같은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두 번째 책이다. 앞의 책이 남자들만을 대상으로 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책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함께 등장한다. 이명박-박찬욱, 정몽준-이창동, 박근혜-문성근, 심은하-김민기, 이인화-김근태, 나훈아-김중배, 김수현-손석희, 김대중-김훈 들이 이 상담실에 불려 들어온 짝들이다. 정치·언론·문학·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 유명인사들의 내면 풍경이 펼쳐진다. 객관과 공정은 사람을 분석하는 지은이의 기본 자세다. 그렇다고 해서 인물들의 풍경을 스케치하는 지은이의 글-붓이 포폄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그림은 조금 어두운 편이고 어떤 그림은 다소 밝은 편이다. 그렇게 그리는 것이 공정하다고 지은이는 믿는다.

이 책에서 지은이의 전공이 가장 두드러지게 표출된 것이 정치인 박근혜와 영화인 문성근을 대비한 장이다. 두 사람은 대중을 감화시키는 놀라운 힘을 지녔다는 점에서 같다. 박근혜는 절제된 ‘품새’로, 문성근은 폭발적 언변으로 대중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을 하나로 묶는 더 결정적 이유는 ‘부성콤플렉스’다. 너무나 강력해서 범접하기 어려운 아버지를 둔 자식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은 같은 운명이다. 그런데 그 운명의 종착점은 아주 다르다. 왜 다른가?

지은이는 카를 융의 분석심리학을 빌려 박근혜의 ‘부성콤플렉스’를 설명한다. 부성콤플렉스는 현실의 아버지가 지나치게 일방적인 경우, 다시 말해 매우 권위적·폭력적이거나 극도로 약할 때 유아기의 ‘신화적 부성상’이 그대로 남아 자식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들이 인식하는 신화적 아버지는 실제의 아버지와 거리가 있다. 이들은 현실적인 아버지를 내면화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부성콤플렉스를 지닌 여성은 ‘영원한 소녀’다. 그들은 성장한 뒤에도 신화적 부모를 분리하지 못하는, 부모 문제에 관한 한 유아적 심리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 ‘영원한 소녀’에게 나타나는 특성이 첫째로, ‘극도의 자기절제’다. “특수요원 훈련받듯 사는 삶”이 이 소녀의 삶이다. 이들은 아버지로부터 ‘특별한 부름’을 받았다고 느끼며 거기에 부응하려고 극단의 의지를 발휘한다. 지은이는 정치인 박근혜의 삶이 전형적인 경우라고 말한다. 부성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여성의 두 번째 특성은 개인적·여성적 삶을 소멸시키고 외부 세상의 일에 투신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외부 세계는 ‘아버지의 세계’를 상징하며, 아버지의 세계는 이들의 유일한 지향점이다. 그리하여 “박근혜의 개인적 삶은 ‘국가와 민족’으로 점철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박근혜에게 국가와 민족은 오직 아버지 박정희를 통해서만 존재한다. 아버지 박정희가 조국 그 자체가 되고 마는 것이다.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로서 산다. 그 아버지가 부정당하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이 부정당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여기서 시인 김정란씨의 말을 빌려 “박근혜는 언제나 박근혜의 타자다”라고 말한다. 그 타자성을 극복하는 곳에서 진정한 자기 삶이 열릴 것이다.

문성근의 부성콤플렉스는 박근혜의 경우와는 색깔이 조금 다르다. 그는 아버지의 신화로부터 끊임없이 멀어지려 했고, 그 멀어짐의 객관적 거리를 통해 아버지에게 다시 다가갔다. 그래서 박근혜가 아버지에게 ‘갇혀’ 있다면, 문성근은 아버지를 ‘열고’ 세상으로 나아간다. 모든 사람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녔다. 지은이는 문성근에게 대중을 사로잡는 막강한 설득력을 신중하게 쓸 것을 조언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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