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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김정환 정일근의 한·영 대역 신작시집

등록 2019-08-23 06:00수정 2019-08-23 15:01

자수견본집

김정환 지음/아시아·8500원

저녁의 고래

정일근 지음/아시아·8500원

출판사 ‘아시아’는 한국어와 영어를 아울러 싣는 계간 문예지 <아시아>를 발행하는 한편, 한국 문학 작품을 한영 대역으로 소개하는 시리즈를 꾸준히 펴내고 있다. 주요 작가들의 단편 하나씩을 주제별로 고른 ‘바이링궐 에디션’을 110권 내놓았고, 계절마다 젊은 작가들의 단편 하나씩을 소개하는 ‘K-픽션 한국 젊은 소설’을 지금까지 25권 선보였으며, 시를 대상으로 한 ‘K-포엣 시리즈’도 그동안 여섯 권을 냈다. 시집 시리즈 여섯 권은 시인의 대표작들을 고른 시선집들이었는데, 최근 중견 시인 두 사람의 신작 시집이 이 시리즈에 가세했다. 김정환의 <자수견본집>과 정일근의 <저녁의 고래>가 그것으로, 두 시인의 신작 시 20편을 한국어와 영어로 함께 실었다. 시인이자 번역가이기도 한 김정환은 자신의 시를 직접 영어로 옮겼다.

김정환 시인
김정환 시인
“내 시를 직접 영어로 번역해 보니까 무언가 표현의 영역이 더 생긴 것 같은 느낌입니다. 처음부터 영어 번역을 염두에 두고 쓰다 보니 오히려 한국어를 바꾸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 아예 영어로 시를 쓸 수도 있겠다 싶어요. 내 시를 어렵다고들 하는데, 직접 번역해 보니까 앞으로는 더 쉽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하하.”

20일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시집 <자수견본집>을 영어로 번역한 김정환 시인은 처음 도전한 한국어-영어 번역 체험이 흥미롭고 보람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가령 셰익스피어 희곡 번역에서도 원작의 한 행을 같은 한 행의 한국어로 옮기고 가능한 한 어휘 순서도 원문과 일치시키는 번역으로 유명한데, 이번에도 같은 방식을 고집했다. “영-한이든 한-영이든 시에서는 정보 전달 순서가 중요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원문 순서에 맞게 번역을 하고자 했다”고 그는 말했다.

“비탄을 기어코 따스함으로 바꿔내기 위하여/ 따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강철 심장이다.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고 비탄이 이야기하지 않고 우리의/ 비탄이 그 이야기에 물끄러미 고개를 숙이는/ 소름이 끼친다. 공포 없이 웅장한 건물 실내가 기둥/ 모양 없이 더 웅장해지는 실내의 소름이다.”(‘비탄 신생’ 부분)

인용한 대목에서 보듯 김정환의 시는 쉽사리 해독되지 않는 모호함과 관념성을 특징으로 삼는다. 시집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박수연(충남대 교수)은 “말이 되지 않는 말, 의미를 이루기 어려운 구절, 종잡을 수 없는 소재들의 배치와 종결”을 통해 “무정형의 감각과 이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환 자신은 “시를 쓰면서 문장이 좀 더 복잡해지기를 바랐고 그것이 시간을 대체하면서 시간이 좀 더 깊어지고 오래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정일근 시인
정일근 시인
정일근 시인은 “국경을 넘어서 새로운 독자를 만난다는 게 첫 시집만큼 설레고 가슴 뛰게 한다”고 한영 대역본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그의 시집 <저녁의 고래> 번역은 부부 번역가 지영실과 다니엘 토드 파커가 맡았다. 정일근 시인은 “20년 가까이 고래 시를 써 왔는데, 그동안은 고래 보호 운동가의 태도로 썼다면 이번 시집 표제작이 시인으로서 고래에 가장 가까이 간 시가 아닌가 싶어 애정이 많이 간다”고 말했다.

“바다에 저녁이 오면 밤으로 흐르는/ 해류를 천천히 거슬러가며/ 하나의 뇌가 반은 잠들고 반은 깨어/ 잠들지 못하는 눈과 반쪽의 꿈으로/ 낮에 울산 바다에서 잠시 스친 시인의 안부로/ 고래는 저녁의 허기를 견딜 것이네”(‘저녁의 고래’ 부분)

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김정환(왼쪽), 정일근(오른쪽) 시인
김정환(왼쪽), 정일근(오른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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